초심으로 돌아갈 아쵸아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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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조선, 현대 3시대를 오가는….

고거전, 킹덤, 한산노량.. 그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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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팅!!!!!!!!🤩
August 23, 2025 at 12:40 AM
질은 제 조카 앞에서 장난감을 흔들며 웃는 그 양반나리를 보며 이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보며 웃던 얼굴이 문득 질을 향했고 질은 그 얼굴을 보고 씩 웃었다. 양반나리는 질의 향을 알수없다. 그렇지만 뭐 어떤가. 소금기섞인 소나무 향을 맡고 싶으면 바닷가에 가면 알수 있는 것을.
May 1, 2025 at 4:31 AM
인생이 생각한 대로만 굴러간다면, 질에게 닥쳤던 불행한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질이 처음 그 양반집에 발을 들인 순간, 이미 질의 계획은 틀어졌고, 그것이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질이 결정할 일이었다. 어쩌다 음인집안에 태어났지만 평인이라는 이유로 구박 받으며 살아왔다는 양반 나리는, 질이 가려했던 길을 막아 버렸다. 후회하는 것도 하지않는 것도 자신의 몫이라.
May 1, 2025 at 4:31 AM
-자네, 양인이라지?

마지막으로 돈이 될만한 일거리를 찾던 질에게, 내키지 않은 제안이었다. 양인인것을 자랑하지도 그렇다고 숨기지도 않았지만 양인이라는 것을 이용해 돈을 벌고 싶지는 않았다. 더구나 그것이 제 씨를 써야 함에야.
이 근처는 평인들만 사는 곳이라 양인을 찾기에는 하늘의 별따기라며, 유일한 음인집안의 아씨를 위해서 도와달라는 청인지 뭔지에 질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제 형질을 써먹기로 했다. 아이만 생기면 되겠지. 넉넉하게 보수를 받아 떠나면, 다시는 이땅에 발을 들이지 않을것이니 상관없다 싶었다.
May 1, 2025 at 4:31 AM
그걸 막으려했던 질은 양반의 몸종들에게 얻어맞아 기절을 했었고, 얼마안가 정인의 소식은 끊겨버렸다.

닥치는 대로 돈을 모아 이 망할 나라를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왜로든, 청나라든, 어디로든.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곳으로 떠나 새 삶을 살고 싶었다. 백정이 돈을 모으기는 쉽지 않았다. 사람 죽이는 일 빼고는 다했다. 죄를 지은 양반 대신 매를 맞기도 했고, 호랑이를 잡으러 가기도 했다. 그저 이 땅을 떠나기 위해 온갖 더러운 일은 다 했다.
May 1, 2025 at 4:31 AM
이후로 질은 자신의 향을 감추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 괜한 시비에 말려들고 싶지 않아서. 질이 양반들에게 악감정을 품게 된것도 그 즈음이었다. 천민이라는 이유로 재미로, 자신들의 쾌락을 위해, 기분이 상했다는 이유로 간단히 목숨을 앗아가거나, 실컷 노리개로 써먹고는 버리기 일쑤였다. 질의 양인향은 바다소금냄새가 섞인 소나무향. 질의 정인이었던 젊은 음인은 그 향을 무척 좋아했다. 사람앞에서 향을 푼 것은 그 정인이 처음이었고, 깊게 사랑했던 그 정인을 어느 양반이 억지로 씨받이로 들였을 때였다.
May 1, 2025 at 4:31 AM
그럼에도 부부금슬은 얼마나 좋은지, 입에 거미줄 치고 사는 와중에 새끼는 일곱이나 낳았고, 질은 그중에 셋째였다. 위로 형이 하나 누나가 하나 있었는데, 형이 음인으로 발현 한 직후 향을 숨기지 않은 채 마을에 내려갔다가 욕을 당했다던가. 형은 그 이후로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죽었는지 아니면 자신을 욕보인 이중에 누군가의 눈에 들어 음인 첩으로라도 사고 있는지. 질은 은근히 후자이길 바랬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지.
May 1, 2025 at 4:31 AM
아무래도 고거전 탐라로는 다신 돌아가지
않을것같고…
March 24, 2025 at 11:32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