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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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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의 돌
눈이 올 것 같은 흐린 날인데 올해는 첫눈도 늦게 오는 모양이다. 오대산 진부역을 내려가다 보면 밭 한가운데 서 있는 나무가 있다. 그럴 리 없지만 벼락 맞은 것 같은 모습이라 들를 때마다 사진을 찍어두곤 한다. 하지만 겨울에는 가보지 못했다.

걷다 보면 이런 것들, 그러니까 차를 타면 쌩, 하고 지나칠 풍경이 많은데, 인류가 직립보행을 하고 대륙을 건너 이동하며 보았을 모습은 어땠을까 종종 궁금하다. 나는 왠지 호기심 많은 인류가 살아남아 지금까지 퍼졌을 거란 믿음이 있다. 어쨌든 눈 내린 날에도 진부에 들르고 싶다는 얘기.
November 28, 2025 at 12:24 PM
아민 그레더의 그림책 『빼앗긴 사람들』의 일부. 처음엔 조상의 땅이라며 짐가방을 들고 오더니, 어느샌가 무장한 군인이 섞인 무리가 오른쪽 지면까지 침범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구석으로 내모는 장면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마지막 장을 넘기면 이런 문장이 있다.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갈 그날을 기다리면서 쫓겨난 사람들은 매일 집 열쇠를 닦고 있어요."
November 27, 2025 at 10:29 AM
큰언니가 건강검진에서 희귀암 초기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전이 없이 조기에 종양을 제거했다. 앞으로 정기적으로 검진은 해야 한단다. 어제까지만 해도 별말 없이 김장김치 보낸다, 보내지 마라 입씨름했는데, 정작 중요한 얘기는 안 했다. 그런 사람이다. 구체적인 얘기는 간호사인 둘째에게 들었다. 안도의 한숨. 그래도 많이 놀랐다.
집에 오는 길에 모과를 사 왔다. 썰어서 설탕 녹기를 기다리는데, 실내에 모과향이 확 퍼진다. 좋구나. 과육이 단단한 모과 썰기는 집중을 요구하는 작업이라 이런 날엔 도움이 된다. 모과야, 맛있게 잘 익어라.
November 26, 2025 at 1:59 PM
하늘수박이라고 한단다. 한 손에 쥐면 꽉 찬다. 남도 여행 중 논두렁을 지나다가 떨어진 것을 주워 왔다.
절기상 소설(小雪)이지만 따뜻했던 날, 반가운 분을 만나서 작은 초등학교 운동장을 한 바퀴 돌고, 얕게 흐르는 강 사이 길게 뻗은 둑길을 걸었다. 비슷한 호흡으로 도란도란 사는 얘기 하며 걷는 즐거움이 있다. 둘이 뒷짐 지고 걸으면서 고라니 우는 소리 같은 실없는 이야기로 깔깔깔, 그런 소소한 것들이 좋다. 지난 주말에 아름다운 길 위에서 멋진 여행을 했다.
November 25, 2025 at 12:24 PM
지난주에 도서관 어린이 자료실에서 책 두 권을 빌려 왔는데, 그 중 이오덕 선생이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펴낸 농촌 어린이 시집 『일하는 아이들』을 점심때 잠깐 열어봤다. 찡한 마음 한편, 어린이 마음을 알 것 같아 웃는다. 안동 대곡분교를 다녔던 김순교 님, 잘 지내십니까?
November 24, 2025 at 5:50 AM
<인터내셔널가> 들어보시겠습니까?🙂
November 22, 2025 at 2:56 PM
절 안쪽 햇볕 좋은 자리에 앉아 책을 읽는데, 옆자리에 영감님이 앉더니 무우전(無憂殿)! 크. 근심이 없다라! 멋지구만!! 큰소리로 지식을 뽐낸다. 갑자기 근심이 생기는군요. 하지만 그쪽은 그늘진 추운 자리여서 오래 앉아 있지 못한다. 다행이다.
『나이프를 발음하는 법』이라는 소설집을 읽고 있다. 태국 농카이 라오스 난민촌에서 캐나다로 건너간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이다. 난민정착 프로그램을 거쳐 작가의 아버지가 첫 월급 받고 산 건 레코드플레이어였다. 할부로 전축을 샀던 아버지가 생각나네. 소설 내용이 잔잔하다. 천천히 아껴 읽어야지
November 21, 2025 at 8:33 AM
언젠가는 마당 있는 집에 감나무를 심고 살아야지. 춥지만 맑은 날이었다.
November 18, 2025 at 12:50 PM
낙엽 이불 덮고 안 나오는 제 친구 칡 순돌 선생의 귀여움을 보내요. 저녁 따뜻하게 보내셔욥🙂
November 17, 2025 at 9:52 AM
장미가 특별히 예쁘다는 생각은 안 했는데, 어느 집을 지나다가 담장을 보니 장미도 예쁘네.
November 16, 2025 at 8:13 AM
요즘 우리 동네는 인도에 도토리 천지다. 제법 추워진 밤에 집으로 걸어오면서 도토리 한 알씩 풀숲으로 차며 걷는다. 땅땅하고 동글동글 작고 귀여운 게 어떻게 이름도 도토리지.

저녁 먹고 선물을 포장했다. 별것 아니지만 그래도 보기 좋으면 기분도 좋지. 다람쥐에게 도토리 한 움큼 선물하는 마음 같은 거다. 부담 없이 즐겁게 주고 받으면 좋겠어.
November 14, 2025 at 11:55 AM
도서관에서 영화 일 포스티노 원작 소설을 빌려와서 읽고 있다. 얇은 책 한 권이 주는 즐거움이 크다. 사람들은 어떻게 이야기를 쓸 생각을 했을까.

집으로 걸어가는 길 덤불 속 새들은 오종종 짹짹짹.
November 12, 2025 at 12:23 PM
두툼한 솜방망이가 설피 역할을 한다니 두 배 더 귀여워 보임. 내 최애 동물 호랭이와 눈표범은 언제 보러 가지. 눈표범이 보고 싶은 새벽 1시.
November 11, 2025 at 4:03 PM
요즘은 잘 정돈된 산책로보다 집 뒤편 농지로 걷는 날이 많다. 얼마 전까지 토마토, 가지, 오이를 심었던 꽤 넓은 밭이 사라졌다. 몇 년 안에 논밭 모두 밀어버리고 대형 건물을 짓겠지. 그러면 수많은 철새와 족제비 같은 동물은 다 어디로 갈까.
백로 한 마리가 추수 끝난 들판을 바라보는 노인처럼 서 있다가 인기척에 날아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오래 서 있다가 집에 돌아오니 손이 차다. 따뜻한 차를 마셨다.
November 9, 2025 at 8:38 AM
강아지가 자동차 창문 너머로 쳐다봤다. 털뭉치 선생의 표정은 자네 진짜 어쩌냐, 같기도 하지만 그건 기분 탓이다.
November 7, 2025 at 1:43 PM
학교 졸업하고 동기가 광화문에서 잠시 교정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기에 월급날이라고 생선구이 집에서 밥을 샀다. 생선구이 백반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너는 ○○에서 살던 애가 생선도 회도 안 먹냐, 야 가끔 이렇게 먹어라. 밉지 않게 타박하면서 생선 가시를 가지런하게 발라주던 녀석인데, 막판에 세상 유치하게 싸우고 연락을 끊었다. 머리끄덩이만 안 잡았지, 10대 자매처럼 싸웠다.
친구 만나서 동대문 생선구이 골목을 지나다 그 녀석 생각했다. 말로 후벼파서 미안하다, 내가 옹졸했다. 껄껄껄. 그나저나 오늘 초저녁달이 예뻤다. 서울의 달.
November 3, 2025 at 12:40 PM
오늘 낮 기온은 7도였고 찬 바람이 불었다. 여름에 산책로에 나타난 고양이를 보러 갔다가 왔다. 모든 길고양이가 칡 순돌 선생 같지 않고, 이 녀석은 간식을 먹고 나면 다가와서 친한 척 비벼대다가 갑자기 성질부리면서 확 깨문다. 반바지 입던 시기엔 피를 철철 흘렸다. 주기적으로 밥을 주는 분과 얘기해 보니 모든 사람을 공평하게 패고 다닌다. (나만 패는 게 아니라서 기쁘다.)
외투 속에 셔츠와 니트를 따뜻하게 겹쳐 입고 나갔지만 추워서 경보로 집에 왔다. 오늘 같은 날은 단팥죽인데. 동네에 맛있는 단팥죽 집이 있으면 좋겠다.
November 2, 2025 at 9:54 AM
하늘은 맑고 시원한 바람 부는 날. 피부에 닿는 바람이나 햇볕, 건조하고 맑은 공기가 좋다.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기 아까운 날씨다. 신발 끈에 가시도꼬마리 한 알 붙이고 걸었다.

새벽 꿈에 목소리 좋던 아버지가 예전 모습대로 딸들과 둘러앉아 얘기하면서 함께 밥을 먹는 꿈을 꿨다. 가끔 별것 없는 일상의 한 장면을 다시 돌려보는 것 같은 꿈을 꾼다. 자각몽이라 능청스럽지만 평온해서 꿈속에서 웃는다.

자, 이제 대출 반납일이 가까운 책을 부지런히 읽어야 한다. 할 수 있다.
November 1, 2025 at 6:12 AM
집 주변 대로의 차 소리나 소음은 이중 창문 덕분에 소음이 완벽히 차단되는데, 창문에 부딪치는 빗소리는 잘 들린다. 빗소리에 블라인드를 올리고 밖을 보니, ㄷ자형 건물 맞은편은 네모 상자들이 규칙 없이 드문드문 노란색이다. 건물이 들어서고 벌써 몇 년이 흘렀지만 빈집이 많다. 네모칸에 들어와서 사는 사람이 많은지 빈집이 더 많은지 모르겠다. 조금 궁금한 일.

10월 마지막 날 밤은 비가 내린다. 너무 빨리 말고, 천천히 추워지고 나뭇잎도 천천히 떨어지면 좋겠다. 계화차를 마시면서 11월로 넘어간다. 꽃잎이 눈처럼 떨어진다.
October 31, 2025 at 2:46 PM
가을을 맞아 따뜻한 색감의 체크무늬 테이블보를 깔았다. 집에 오는데 어디선가 낙엽 태우는 냄새가 났다. 좋아하는 냄새다.
서점 문구 코너에는 내년 탁상 달력을 팔고 있다. 올해 딱 두 달 남았다. 한 건 없지만 지금까지 별일 없이 지냈으니 다행이지. 밤이 길어졌고, 책 읽고 차 마시는 시간도 늘었다.
October 30, 2025 at 11:24 AM
園님 혹시 생일이신가요? 제가 읽은 게 맞는 거죠?ㅎㅎ 생일축하합니다🎉🎉
평온하고 기쁨 가득한 날 많기를 바라요. 날이 추워졌어요. 건강하셔요 :D
October 25, 2025 at 3:59 PM
일주일 치 모아둔 빨랫감을 세탁하고 누워서 팟캐스트를 듣다가 햇볕 쬐러 나갔다. 맑은 날 집에만 있는 건 좀 아깝다. 요즘은 차를 많이 마시는데, 그중 계화차를 자주 마신다. 향이 아주 좋다. 계화차를 텀블러에 담아 마시면서 추수 끝난 농지 사이를 걷다가 동네 반대편 산책로까지 걷다가 돌아왔다. 가방 주머니를 털어보니 이것저것 잔뜩 주워 왔다. 이젠 길에서 그만 주워 와야겠다.
October 25, 2025 at 11:24 AM
진부 오일장을 구경하고 마을 어르신들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직원들이 유쾌하고, 셀프바에 있는 나물들은 모두 맛있다. 보리밥 위에 나물을 골라서 올리면, 달걀후라이를 바로 만들어서 대접 가운데에 척 올려주신다. 달걀후라이를 주는 곳은 내 기준에 맛집. 다음에 또 가야지.

오늘은 적멸보궁까지 올라갔다가 상원사, 월정사를 모두 둘러봤다. 산 위로, 숲으로 들어갈수록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울창한 숲속 냄새가 환상적이어서 폐를 탈탈 털어 다시 집어넣었다. 건강해진 기분이다. 하하하. 멋진 날이다. 그런데 집엔 언제 가지.
October 23, 2025 at 11:37 AM
텀블러에 커피 담아 들고 산책로에서 책 좀 읽을까 나갔다가 연못가 오리들과 소시지 같은 부들을 구경하고 돌아왔다.
집으로 오는 길에 네 잎, 다섯 잎 클로버를 찾았다. 낙엽도 몇 장 주웠다. 올려놓을 접시가 작아서 큰 접시로 바꿨다. 접시 위 도토리는 거의 2년 됐다. 편백 열매, 은목서잎, 단풍, 도토리 모두 서로 다른 계절에 다양한 곳에서 왔다. 쓸모없지만 귀여운 것들.

일요일이 지나간다. 찬 바람 불면 찐빵, 붕어빵도 좋지만 오늘 간식은 군고구마🍠
October 19, 2025 at 9:39 AM
며칠 전부터 박정연의 『나, 블루칼라 여자』를 읽고 있다. 남초 직군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을 인터뷰한 취재기이다. 대형 화물차 운전기사, 플랜트 용접기사, 형틀 목수, 철도차량 정비원 등 10인의 여성 노동자의 목소리를 담았다. 책을 읽다 보면 여성 노동자들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데, 이 `부심'이 있어서 내공을 키우고 현장을 바꾸어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용접 노동자 김신혜 씨는 다니던 직장에서 정리해고된 후 발전소에서 화기 감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용접 중인 어느 노동자에게 `아저씨 이거 어려워요?'라고 묻는다.
October 17, 2025 at 10:00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