檀下
ihunus.bsky.social
檀下
@ihunus.bsky.social
Ph.D Candidate in History (Early Modern Germany)
Student of Renaissance Martial Arts since 2012
그리고 저나 제 동료들의 사정에 비추어 우스개소리를 덧붙이자면 미국인 교황님도 나신 판에 미국인 인스트럭터에게 유럽 무술을 배우는 것이 뭐 대수로울 일인가 하고 뻗댈 수 있으니 마음 한 구석이 편안해지기도 합니다. (놀랍게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이들이 없진 않습니다) 어쨌든 결국은 국적보단 행적이 중요하기에 최초의 미국인 교황이라는 타이틀보다는 그가 앞으로 해나갈 일들로써 그를 평가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May 9, 2025 at 7:59 AM
물론 무예교실 외에도 오늘날의 대학이나 도시에서 프레보스트란 명칭은 특정 직함을 나타내는 데 사용되곤 합니다. 그러나 지난 밤만큼 그 낱말이 세계인의 입에 오른 적은 없었을 것입니다. 오늘부로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레오 14세라는 이름으로서 새로운 교황으로 선출되었습니다. 전임 교황 프란시스코의 뒤를 이어 새로운 교황 레오 14세가 신의 '프로보스트'로서 세계인을 화합하고 고통받는 이들의 편에 서기를 기대합니다.
May 9, 2025 at 7:59 AM
제가 몸담은 르네상스무술협회(ARMA)는 바로 이 런던 길드(Company of Masters)의 승단제도를 등급에 반영하면서 프로보스트를 협회 내에서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등급으로 설정했습니다. 르네상스 유럽 무예의 학통이 단절된 지금 사범master이라는 지위는 우리에게 일종의 영구결번의 명예직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의 우리는 16세기 런던 길드처럼 7년 이상의 오랜 수련을 요구하진 않습니다.)
May 9, 2025 at 7:59 AM
프로보스트는 사범의 수제자이자 후계자로서 적지 않은 혜택을 누렸고 사범의 어엿한 식구로 인정받았으나 그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실력과 지식은 물론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했습니다. 예를 들어 16세기 런던의 검술사범 길드에서 프레보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7년 동안의 수련생 기간을 거치고 그 다음 등급인 자유 수련생으로 승급한 뒤 7년을 거쳐 총 14년의 수련을 거쳐야 겨우 심사 자격이 주어졌습니다. 심지어 심사에서 탈락한다면 7년의 수련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했습니다.
May 9, 2025 at 7:59 AM
결국 우리가 어느 역사 속 어느 개인과 집단에 동질감을 느끼느냐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어느 개인과 집단과 연대하느냐의 문제와 맞닿아 있고 이는 정치적 주체로서 개인의 신념과 행동의 영역이기에 결코 잘못된 일이 아닙니다. 문제는 우리가 그 동질감을 토대로 과거를 전유하고 자아를 확대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과거를 올바르게 다루지 못한다면 현재를 올바르게 다룰 수 없으며 그 반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 사실이 역사를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 이상의 무언가로 만들어줍니다.
December 23, 2024 at 6:07 PM
따라서 "과거를 현재의 시점에서 재단하지 말라"는 역사학의 금언은 과거의 제도나 체제, 선택에 대한 평가를 틀어막는 금령이 될 수 없습니다. 그 금언은 우리가 타인과 연대하면서도 그들의 고민과 정체성을 전유하지 않아야 한다는 기본적인 주의사항을 과거에 적용하는 방법이며 우리가 수면 위의 관객이 아닌 과거와 현재를 잇기 위해 시간의 망각 속으로 뛰어드는 잠수부가 될 때 우리가 그 안에서 익사하지 않기 위한 조언으로서 유용합니다.
December 23, 2024 at 6:07 PM
우리의 자아와 의식과 정체성의 일부는 지금을 공유하는 타인들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되 그 타인들은 모두 자유롭고 독립된 개체입니다. 우리는 공동의 이해, 또는 보편적 윤리에 의해 타인과 연대하되 우리와 그들 모두를 독자적 주체로 존중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존중을 과거의 인간과 사회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그들을 이질적인 타자도, 확장된 자아도 아닌 그저 타인으로 대하는 것은 함께 살아가는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는 삶에 대한 학습이자 실천이기도 합니다.
December 23, 2024 at 6:07 PM
2024년 동짓날 전농의 투쟁이 1525년의 독일 농민군과 갑오년의 동학 농민군의 투쟁과 보학(譜學)적으로 연결될 수 없다는 사실이 그 사건들을 전혀 무관한 개별적인 파편들로 흩어버려야 한다는 의미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엥엘스가 말했듯, 그 투쟁은 우리와 멀지 않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동학 농민전쟁은 현대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도, 단절되어 있지도 않은 것입니다).
December 23, 2024 at 5:40 PM
농민은 인류 문명의 근간을 이루는 생산자였으되 문명의 주인이 되지 못한 자들이었습니다. 봉건사회의 시민(Bourgeois)에게는 적대와 멸시의 대상이었고 근대사회에 들어서도 동등한 시민(Citizen)이 될 수 없는 타자였습니다. 유럽 고무술의 연구자이자 수련자로서 저는 옛 무예사범들의 유산을 존중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저는 21세기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노동자 출신 귀농가정의 자녀로서 도시-궁정적 무예 문화의 반농민적 정서를 인지하면서, 옛 무예사범들이 경멸하고 적대한 자들에게 더욱 가까운 정서적 동질감을 느끼곤 합니다.
December 23, 2024 at 5:40 PM
마지막으로, 그들이 우리가 나약함이 아닌 정의로움으로 인해 평화를 선택했음을 저들이 뒤늦게 깨닫지 않길 바랍니다.
December 20, 2024 at 12:56 PM
우리는 이미 그 방식으로 박근혜 정권을 타도했습니다. 이번에도 저는 우리가 승리하길 바라며 승리하리라 믿습니다. 그러나 한편 저는 여러분이 이 싸움에서 안전하기를, 우리 사이에서 낙오자와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를, 재건될 우리 사회가 존엄과 품위를 승리와 맞바꾸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 자신, 그리고 우리와 이어진 공동체를 지킵시다. 내일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 악한 자들이 우리 삶을 파괴하도록 내버려두지 말고 우리가 가진 힘을 정당하게 사용합시다.
December 20, 2024 at 12:54 PM
또한 武의 또 다른 측면인 자기보존에 대해 있어서도 우린 실천적이었습니다. 무예의 철학에서 자기보존이란 육신을 넘어 사회적 인간으로서 자신을 구성하는 명예와 존엄의 보전을 의미합니다. 물리력을 행사해야 할 때조차 정당하고 적절한 수준을 유지함으로써 나 자신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에 있어서도 우리는 선의와 연대로서 일상을 유지했고 내란 주모자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도록 냉정하고도 고귀한 분노를 발휘했습니다. 저들이 두려움과 의심 속에서 비인도적인 살상무기를 만지작거릴 때 우리는 굳은 결의를 가지고 빛을 밝혔습니다.
December 20, 2024 at 12:54 PM
현대의 중세 매니아들은 중세 기사들이 무식하게 칼로 갑옷을 두들겨 부수면서 싸웠다는 주장이 오류라고 주장하지만 그 중세 기사들의 "역사적" 전투를 복원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두꺼운 프로텍터를 칼로 두드리며 싸우고 있습니다. 참 재밌는 이야기 아닙니까.
October 23, 2024 at 1:55 PM
이 양상은 ARMA의 전신인 HACA에서도 확인되었고 ARMA가 스펀지검을 시합도구로 사용하기를 포기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결국 더 파워와 속도, 전신 풀컨택트 룰이 실전성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며 실전성을 추구하더라도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현대 HEMA에서는 무기의 위력을 줄이는 대신 프로텍터의 의존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데 이것이 적절할지 모르겠습니다.
October 23, 2024 at 1:52 PM
저는 상기한 의문이 모두 완벽히 규명되기 전까지 스포츠화는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그 모든 무지를 안은 채로 현대인이 옛 검사들보다 기술적으로 더 숙련되었다거나 현대적인 헤비 스파링이 더 진보한 방식이라는 (그러므로 더 실전적이라는) 주장을 펼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실전성에 대한 논의는 제쳐두더라도 그렇습니다.
October 19, 2024 at 11:01 PM
물론 과거의 기술과 도구를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는 것과 현대의 스포츠 시합의 틀에서 변형을 가하는 것, 두 방향성 자체에 우열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 역시 여태껏 제가 이야기해온 한 가지 주제를 관통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한 것을 개선했다고 주장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페더가 연습과 시합에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페더 특유의 구조와 디자인이 당대 검리와 어떻게 연결되고 어떻게 연습에 적용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사료상의 구체적인 명시가 없기에 오직 추측에 의존할 뿐입니다. 반면 변질은 이미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October 19, 2024 at 10:52 PM
프로텍터 없는 연습 및 시합을 상정한 과거의 페더 유물과 달리 플라스틱 프로텍터와 충돌해야 하는 현대의 복제품 페더는 형상과 물성에서 차이를 보이는데 단편적인 예시로는 도검제조사 Arms and Armor사의 영상 하나를 링크합니다. 당대 진검은 물론 당대의 진본 페더와도 괴리되어 역사적 재현의 맥락에서 멀어진 현대 페더가 단지 무거운 철검이라는 이유로 목검보다 더 진검에 가깝고 실전적이라는 주장에 저는 동의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www.youtube.com/watch?v=piDH...
Why you shouldn't thrust with a historical feder
YouTube video by Arms & Armor Inc.
www.youtube.com
October 19, 2024 at 10:51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