雪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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雪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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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月寶鑑
그러게. 드디어 만나나 했는데.

(잡힌 손을 빼내어 제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는 홍루를 멍하니 바라보다, 픽 웃는다.)

내 머리카락에 옥이 깃든 건, 형의 아이가 될 운명이라서라고 해 둘까.

(지금 쥐고 있는 이 머리카락도 형의 것인데. 홍루의 앞머리를 헝클어뜨리고는 너른 등을 토닥인다.)

눈을 떴을 때... 형이 내 눈앞에 있어서 기뻤어.

(희미하게 생긋 웃어주고는 홍루의 곧은 이마에 입술을 누른다.)

이제 자야지. 다음 꿈에서는 만날 수 있을까?
October 16, 2024 at 3:12 PM
형이 오는 건 좋지만... ...

(무어라 부정을 하지 못한다. 홍루가 누이들보다 반가운 것은 사실이었기에.)

응, 잠깐 꿨어. 그때 형이 내게 와준 거지?

(예전이었다면 홍루가 자신에게 스스로 온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건만, 지금은 이리 달라졌다. 기꺼울 정도로.)

그건 내 의지대로 안 되는데...

(제 가슴께를 찌르는 손을 잡아올려 제지한다. 자신을 떠올리다 바보 같은 짓을 한다 했던가. 그렇다면, 아픈 발목을 끌고 저를 찾은 것도 그 중 하나겠다.)

뭘 보고 나를 떠올린 거야?
October 16, 2024 at 2:55 PM
(제 품에 얼굴을 묻고 뺨을 비비는 감촉이 느껴진다. 이렇게 보면, 형은 꼭 자라지 않은 어린아이 같다.)

누이가 깨우면 내가 형에게 오지 않기라도 할까봐?

(홍루는 향주머니를 차지 않아 포근한 체향이 나는 듯하다. 동그란 뒷통수를 살살 어루만져준다.)

나도 보고 싶었어.

(솔직하게 제 감정을 드러내는 보옥과 눈을 마주친다. 이토록 진실된 눈빛은 이 저택에서 오직 나만 볼 수 있다.)

내가 자주 생각나서 곤란했지?
October 16, 2024 at 2:42 PM
발목 아픈데. 누이를 시켜서 날 깨우지 그랬어?

(폭 기대어오는 뺨을 엄지로 매만지고는, 홍루를 끌어당겨 꼬옥 안는다. 잠이 막 깬 몸의 따스한 체온이 느껴진다.)

조금만 참으면 날 볼 수 있잖아.

(저를 끌어안느라 덜 덮었을 이불을 끌어올린다. 위태롭게 계단을 내려가는 홍루를 지켜보는 누이들은 얼마나 가슴이 조마조마했을지.)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어?

(제 품속에서 환하게 빛나는 옥색을 내려다본다.)
October 16, 2024 at 2:27 PM
... ...

(잠에 빠져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다, 문득 품 안이 따뜻해지는 느낌에 미간을 움찔한다.)

(시야가 확 트이자 청명한 하늘 아래 흐드러지게 꽃을 피운 벚나무가 보인다. 내가 아는 나무보다 훨씬 거대한, 현실에 없을 법한 성스러운 영물. 그리고 그 그늘 밑에 있는 사람은...)

... ...

(눈꺼풀을 반쯤 들어올리자, 어둠 속에서 저를 비추는 옥색이 눈에 들어온다.)

...언제 왔어?

(잠긴 목소리로 묻고는 팔을 들어 홍루의 뺨에 붙은 옆머리를 쓸어내린다.)
October 16, 2024 at 2:10 PM
(오늘도 어김없이 별채에서 일정을 마친 후 방으로 돌아왔다. 시간이 늦었기에, 위층으로 올라가는 것은 보옥 도련님의 휴식을 방해하는 일이리라.)

(가벼운 흑청색 침의를 걸치고 붉은 머리끈을 풀어내린다. 길게 뻗은 백옥색 머리칼 사이로 옥 귀걸이가 반짝인다.)

... ...

(이부자리에 가만히 누워 생각한다. 지금쯤 형은 어느 환상에 빠져 있을까.)

(어느새 스르륵 눈이 감긴다. 몸을 살짝 옆으로 뉘인 채 새근새근 숨소리를 낸다.)
October 16, 2024 at 1:56 PM
흥.

(앞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리는 손길에 눈을 꼬옥 감았다 뜬다.)

답지 않게, 고민을 많이 했구나. 바보 형은.

(워낙 단순해서 복잡한 생각은 어려워할 줄 알았건만. 저를 상냥하게 토닥이는 손길에 얌전히 눈을 감는다.)

으응, 노력해볼게. 그러니 형도 자.

(어디 도망 안 갈 테니까. 장난스레 말을 덧붙이며 홍루를 깊게 끌어안는다.)
October 13, 2024 at 4:31 PM
...그랬구나.

(홍루가 제 뺨을 조물거리다 말고 덧붙이는 말에 눈에 띄게 안심한다. 홍루의 고통도 싫지만, 그의 거부가 더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다행이라고 볼 순 없지만... 알았어.

(아픈 것을 좋아하다니. 자기가 현실에 있다는 감각이 더 적나라해서일까.)

(홍루의 가슴팍에 기대자 규칙적으로 뛰는 심장소리가 들린다.)

형을 안는 건... 당연히 싫지 않아.

(이불을 끌어 홍루의 몸을 덮어주며 답한다.)
October 13, 2024 at 4:20 PM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형이 좋다고 하기에, 몰랐어.

(제 머리칼을 쓰다듬는 홍루의 손길을 느낀다. 어쩐지, 수치스러운 기분이 든다. 그런 것도 파악하지 못하다니.)

아플 때 그만하라는 말도 할 줄 알아야 해.

(제 머리끈을 풀어내고, 자기 머리도 풀어내리는 홍루를 안아 제 곁에 눕힌다.)

응, 기억해두지. 난 형이 고통스러운 건 싫거든.
October 13, 2024 at 4:09 PM
향유를 쓸 때가 더 좋았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홍루를 바라본다. 사내와 여인의 몸은 이다지도 다르군. 그리 생각하며 홍루와 이마를 맞댄다.)

좋아진다고 해서 아픈 걸 말하지 않으면 안 돼.

(의기양양하게 웃고 있는 홍루의 양손을 잡고 당부한다.)

내 방에 가져다두겠지만, 형 방에는... 원할 때마다 꺼내 놔.

(그렇다고 대놓고 쌓아두면 곤란하지만.)
October 13, 2024 at 3:55 PM
흐응.

(다른 사람이었더라면 얼굴을 붉히고도 남았을 말이건만, 아무렇지도 않은 홍루는... 역시 다른 사람과는 근본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아프면 향유를 써달라고 말을 하지 그랬어.

(생각해 보면 향유를 쓴 적은 단 한 번이었던 것 같다. 그 외엔, 분위기에 휩쓸려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잘못된 것 같으면 아니라고 말을 하는 거야. ...향유를 평소에 구비해둘까?

(걱정스러운 얼굴로 홍루를 살핀다.)
October 13, 2024 at 3:40 PM
(보통 이럴 땐 부끄러워하지 않나? 한쪽 눈썹을 올리고는 발갛게 물든 홍루의 뺨을 매만진다.)

...지금보다 보옥이 더 밝게 빛났어. 뭐, 그건 함께 대련했을 때도 봤지만. ... ...더 강하게 끌어안아 달라고도 했었고.

(멋쩍은지 제 볼을 검지로 긁적인다.)

실제로 형은, ... ...아프게 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서. 벅찬 느낌을 선호하는 건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다, 홍루의 느릿느릿한 답을 듣고 반응한다.)

...그것밖에 상상 안 했어?
October 13, 2024 at 3:23 PM
그래, 그래.

(이부자리 위에 얌전히 앉아 저를 올려다보는 홍루를 쓰다듬는다. 홍루는 강아지를 닮은 성정이니, 이렇게 칭찬받기를 좋아할 듯하다.)

상상을... 안 해본 건 아니지만.

(그야 나도 사내니까. 조금 곤란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한 표정을 짓는다.)

혼자서는 안 해봤는데.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겠어.

(다소곳하게 앉아 홍루를 돌아본다.)

그러는 형은... ...어땠어?

(어떤 나를 상상했지? 낮은 목소리로 물으며 홍루의 허벅지 옆에 제 손을 짚는다.)
October 13, 2024 at 3:06 PM
...정말이지? 다른 말 하기 없기야.

(저를 보며 헤실헤실 웃는 홍루의 말간 얼굴을 올려다본다. 몸을 들썩이며 옮겨달라 재촉하는 홍루를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안아올린다.)

바보. 움직이면 안기 힘들어.

(얌전히 안긴 홍루를 붉은 천을 걷어가며 침상으로 데려다준다. 보드라운 이부자리에 홍루를 폭 앉혀주고, 자기는 그 옆에 걸터앉는다.)

...그래서, 뭐가 궁금한데.
October 13, 2024 at 2:52 PM
...

(홍루가 제 턱을 돌려 입을 맞추는 대로 둔다. 예쁘다는 칭찬은 분명 좋지만...)

이런 말을 하라고 알려준 적은 없었어!

(의기양양하게 어깨를 으쓱하는 홍루의 뺨을 냅다 잡아 늘렸다 놓는다. 괜히 부끄러워 더 약이 오르는 것 같다.)

...보통 어떤 상황을 상상했는데? 그래야... ... 나중에 비교를 하게 해주지.

(말하지 않으면 안 놔줄 테야. 그리 덧붙이며 홍루를 제 품에 꼬옥 안고는, 체향을 들이마신다. 어쩐지 두근대는 심장박동이 들리는 것도 같다.)
October 13, 2024 at 2:38 PM
흥, 바보.

(고개를 휙 돌려 눈을 꼭 감아버린다. 홍루는 가끔씩... 아니, 자주 자신을 약올리는 것을 즐긴다.)

...

(더 예쁘다는 말에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지만.)

형은... 못본 새에 더 엉큼해졌어.

(아까보다 훨씬 붉어진 홍루의 뺨을 주욱 당겼다 조물거린다.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정말 못말리는 형이다.)

혼자서 하기도 했다고... 그랬잖아. 그때보다 더?
October 13, 2024 at 2:19 PM
...심술쟁이.

(아무렇지도 않게 제 옷깃을 잡아 벌리는 홍루에게 살짝 토라진 표정을 보인다.)

(제 몸에 입술을 머금고 혀로 문지르는 감촉이 꽤 생경하다. 한쪽 눈을 찡그린 채 홍루가 미끄러지지 않게 허리를 받친다.)

...읏, 간지러워.

(쇄골 언저리가 깨물리자 움찔하며 작게 신음한다.)

... ...이런 것도 전부 상상했어?
October 13, 2024 at 2:07 PM
... ...

(형이 날 바보로 만드는 장본인이면서. 입맞춤에 집중하느라 그러한 불만은 곧 잊어버리고 만다.)

(저와 나누는 숨결에 작은 탄성을 뱉어내는 입술도, 제 옷깃을 단단히 그러쥐는 손길도, 코끝을 스치는 매화향도 전부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다.)

... ...

(입술을 떼어내고, 제게 예쁘다며 웃는 홍루를 멍하니 올려다본다.)

형 상상 속의 내가 더 예뻤어?
October 13, 2024 at 1:53 PM
...아얏.

(제 입술을 홍루가 잡아 흔들자 아픈 기색을 드러낸다.)

아니, 바보라서 뭣모르고 좋아할 줄 알았어.

(마치 저를 품에 가두는 지금처럼.)

(입술이 겹쳐지자 기다렸다는 듯 혀를 젖은 살갖 사이로 집어넣는다. 안은 좁고 따뜻하다. 말랑한 살덩이를 서로 말아올리고 간지럽히기를 반복한다.)

(어쩌면, 홍루도 제게 욕망을 배웠을지. 그리고 그 이상의 것을 가진 건 아닐까... 생각에 잠기며 눈을 스르륵 감는다.)
October 13, 2024 at 1:32 PM
...형은 바보면서 그런 건 잘 기억하더라.

(언제 물을 먹었냐는 듯 생글생글 웃으며 저를 놀려대는 홍루에게 입술을 삐죽인다.)

... ...

(홍루가 제 무릎에 올라오자 금세 차분한 얼굴이 된다. 자연스레 홍루의 허리에 제 팔을 감는다.)

지금, 형이 원하는 거 다 해줘.

(은은하게 빛나는 보옥 안 사내를 마주본다.)

그게 내가 바라는 거야. ...안 돼?
October 13, 2024 at 1:11 PM
... ...생각해보면, 밤을 보낼 때 형에게... 상냥하지 않았던 것 같아.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창백한 뺨을 빨갛게 물들이고는, 한숨을 폭 쉰다.)

... ...!

(제 입술을 덧그리는 하얀 손가락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그 손을 잡아 그러쥔다.)

바보. 그럴 땐... 버릇없다며 혼을 내야지.

(제게 기어오르는 것이 재미있다며, 어디까지 하나 관찰한 게 틀림없다.)

혼나려고 말한 거란 말이야.
October 13, 2024 at 12:53 PM
... ...

(눈을 반쯤 감고 홍루가 하는 말을 잠자코 듣는다. 오늘따라 보옥은 정말로 물을 잔뜩 먹은 빛을 발하고 있다.)

형은 아무 잘못 없어. 그런 생각하지 마.

(홍루의 옆에 바로 앉아 어깨를 감싸 안는다. 형은 이렇게 안아주는 것도 좋아했으니.)

나도 서툴렀으니까.

(순하게 내려간 눈매를 엄지로 쓸어준다. 촉촉히 젖어 있을 법함에도 보드라운 살결이다.)

형을 두고 내가 어딜 가.

(아이를 어르듯 살살 어루만진다.)

도망가지 않을게.

(안심이 되지 않는다면 다그쳐도 좋아. 그리 말을 덧붙인다.)
October 13, 2024 at 12:35 PM
...내가 실마리를 준 적 없나?

(어쩐지 물을 먹은 듯한 잔잔한 목소리에 의문을 표한다. 형에게는 그저, 이런 내가 어려웠다는 의미겠지.)

나는 항상 괜찮냐고 물을 거야.

(제 뒷목을 감싸는 미약한 힘을 느낀다. 지금쯤 보옥은, 어떤 빛을 발하고 있을까.)

말해 뭐해. 나는 언제까지나 형의 것이니.

(품에서 살짝 떨어져나와, 홍루와 이마를 맞댄다. 손은 여전히 깍지를 낀 채.)

지금도 괜찮냐고 물을 거야. ...어디까지 가져도 돼?
October 13, 2024 at 12:10 PM
(항상 방긋 웃기만 하던 고운 얼굴이 차분하게 저를 올려다본다. 아마도, 몰이해에 의해 드러난 말간 모습일 것이다.)

나는 형에게 항상 어려운 사람이 될 거야.

(제멋대로 자신을 끌어당기는 손길에 거부감을 느낄 법한데도, 지금껏 싫다는 말을 한 적 없는 형.)

항상 염려할 거고.

(입술을 맞붙이지 않고 곧장 뺨과 귓불을 깨물었다 놓는다. 탄탄한 허리를 안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날 제지할 수 있는 건, 형뿐이야.

(은은한 매화 향이 나는 목덜미에 코를 묻고, 날카로워진 눈매로 홍루를 훑는다.)
October 13, 2024 at 11:52 AM
호기심. ...하, 그래.

(제 손을 잡아 물리는 손길을 그대로 둔다. 입꼬리를 올려 웃고는 눈동자를 굴려 홍루를 시야에 담는다.)

나와 형은 근본이 다른데, 이제까지 왜 몰랐을까.

(가족은 나를 사랑했으나, 이 사람은 그럴 리 없지. 호기심은 사랑보다 가벼우니...)

(홍루가 잡은 손을 깍지 껴 잡고 제게로 휙 끌어당겨 안는다. 불타 스러지는 게 내 마음뿐이라면, 그걸로 족해.)

그래서, 물러남에 후회는 없었나?

(턱을 꺾어 입술을 가까이 하고는, 나지막이 묻는다.)
October 13, 2024 at 11:23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