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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출근 | 글 | 성인여성 | 솔음른
그 무엇도 표현할 수 없었던 브라운은 다만 이 모든 것을, 그리고 그 이상의 것을 느끼게끔 하는 솔음을 향한 마음이 사랑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달았을 뿐임.

시간이 늦었으니 이만 자자며 이불을 덮어주는 솔음을 바라보며 브라운은 생각했음.

영원히 제 사랑을 놓아주지 않겠다고. 설령, 겁많은 연인을 인간이 아니게 만들지라도.
October 18, 2024 at 12:37 PM
솔음은 연인의 말이 자신을 향해 던진 말인 줄 알고 가볍게 넘겼음. 솔음을 향한 말이 아니었다고 말하려던 브라운은 입을 닫았음.

방금 전의 브라운은 도저히 그 말 말고는 할 수 없었을 뿐더러, 지금 도한 무어라 덧붙일 말이 없었기 때문이었음.

연인의 과거 썸녀를 향한 질투를 털어놔야 할까? 스스로가 쫄보라는 연인의 말에 대한 희미한 불신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만난다는 사실에 대한 넘쳐흐르는 환희를? 그도 아니면, 이 모든 감정들이 '브라운'에게는 쓸모없는 감정임에도 불구하고, 무엇하나 버릴 수 없을 것 같다는 직감을?
October 18, 2024 at 12:36 PM
아마 예전 같았으면 브라운에게 이렇게 자신을 솔직히 내보이지 못했을 거임. 괴담에게 약점을 드러낸다는 건 분명한 악수(惡手)니까.

그러나 달라진 점이 있었음. 이제 솔음에게 브라운은 믿음직스러운 동료이자 가족이며 연인이었음. 그런 그에게 자신이 얼마나 쫄보였는지 밝히자 되려 마음이 편해졌음.

길게 이어지던 침음도 끊기고, 브라운은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아무 말 없이 솔음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음. 그러다 입을 열었지

-그렇군요. 이게 사랑이로군요.
-그렇지. 사랑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내가 너를 만나겠어.
October 18, 2024 at 12:36 PM
자신의 역량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퍼포먼스의 질을 떨어뜨리기 마련이니까요.
브라운의 말은 옳았음. 문제가 있다면,

-썸녀가 공포영화 보자고 했던 것도 무서워서 거절했던 내가 이렇게 괴담과 사귀고 있다니. 말이 안 되잖아?
-네?

솔음이 브라운의 예상 이상으로 쫄보라는 점이었지.

음. 으음... 솔음은 제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오는 연인의 침음을 들으며 인형의 오른쪽 귀를 매만졌음. 그래, 이정도로 쫄보일 줄은 몰랐겠지.
하지만 나는 정말 쫄보란 말이다. 내가 어떻게 이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신기할 정도로 쫄보라고.
October 18, 2024 at 12:35 PM
잠시만. 방금 한 생각은, 스스로의 생각을 솔음이 깨달은 동시에 토끼 인형의 퐁신한 팔이 솔음의 이마 위에 퐁- 하고 닿아왔음.

-이런! 그런 나쁜 생각을 하다니요! 설마 나와의 이별을 생각 중인 건가요?
-이별을 생각할 거였다면 애초에 시작하지도 않았어. 다만...
-다만?

솔음은 말을 골랐음.

-겁이 많은 내가 너와 사귀고 있다는 게 신기할 뿐이야.
-나의 연인은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는 면이 있군요!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것은 엔터테이너로서 마땅히 경계해야 하지만 과소평가하는 것 또한 경계해야 한답니다!
October 18, 2024 at 12:34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