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가 옳은 일을 행하니 궁 깊숙한 곳에서 회복에 힘쓰던 기린의 얼룩덜룩한 피부도 원래대로 돌아옴
정무를 마치고 저를 꼭 껴안는 키시아르의 품속에서 온기와 행복을 느끼며 하루하루 이렇게 평화로운 날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인간미를 잃고 완벽을 손에 넣었다..닫힌 해피엔딩

혼란스러워하지마시라고, 자신이 택한 왕은 당신뿐이라며 부디 길을 잃지마시라 청을 올림
가장 성스럽고 깨끗해야할 존재를 더러운 바닥에서 안아들고 공명정대한 황제가 될 것을 맹세하는 키시아르가 보고싶다

길만 잃지 않는다면 영원불멸하게 함께 있을 수 있을테니..
다만 그날 이후로 유더에게 제 어릴적 엉뚱한 망상이라던가 인간다운 감정을 속삭이던 황제는 사라지고
여전히 다정하지만 깊은 속내는 말해주지않는..벽이 생길듯

누가? 왜? 무슨 의도로? 저에게 좋은 일을 한것일까..그리고 어떤 대가를 얻어 갔을까
결정적인 순간에 손을 쓴 일련의 흔적을 추적해 건방지게 황제 머리 위에서 공작을 부린 범인을 현장에서 붙잡음

온몸을 가린 검은 로브를 칼끝으로 걷은 순간
키시아르는 그의 정체가 그의 기린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음
깨끗해야할 기린의 한쪽 팔은 거듭된 부정에 지나치게 노출되어 까맣게 문드러져있었음
왜 자신의 기린이 안전한 제 품안이 아니라 핏빛 가시밭에 발을 디뎌야 했는지...
유더는 침묵하는 주인을 앞에 두고 조용히 이마를 땅에 대어 복종을 표함

어린시절 책에서 보았던 신비한 뿔도, 길조라 여겨지는 새카만 머리칼도 그저 사랑스러워서 자신이 즉위한 나라에선 절대 괴로운 일이 없게 해주겠다 약속하는데 제 귀여운 기린은 답이 없음

제국의 썩은 부분을 도려내는 과정에서 기린의 눈을 다정하게 가려주던 키시아르는 창백한 안색의 유더가 토기를 참는 것에 익숙해 보인다는 것을 눈치챔
내가 무언가를 놓치고 있나?

나라는 태평성대를 향해 매끄럽게 나아가고 있었지만.. 키시아르는 언제나 최악을 가정하는, 낙관하지않는 편이었기에 꺼림칙한 직감을 무시하지않고 운좋게 얻었던 모든 일들을 뒤집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