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요리사, 베트남 밥상 위 인생 여정…‘세계테마기행’ 한상훈, 음식으로 그린 삶의 풍경→여행의 온기 #한상훈 #세계테마기행 #베트남여행법
삶에 밥 한 끼가 차지하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요리로 대통령의 곁을 지켰던 한상훈 셰프는 이번엔 베트남의 골목과 산자락, 그리고 낯선 부엌을 여행한다. EBS1 ‘세계테마기행–대통령 요리사의 베트남 여행법’은 한상훈이 담아낸 베트남의 진짜 음식과 그 안에 밴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쌀국수 냄새가 풍기는 하노이부터 산골 소수민족이 일구는 밥상의 정취, 그리고 태초의 자연과 전통의 시간을 품은 식탁까지, 밥상 너머 인생의 너비와 깊이를 묻는다.
먼저 한상훈은 흙내음이 스며든 북부 산골, 까오방으로 향했다. 열다섯 커브가 이어지는 고갯길을 넘어 만난 자연과 아시아 최대의 폭포 ‘반족’은 한층 더 순수한 공기와 햇살, 살아있는 재료로 여행자를 맞았다. 도시의 빛을 잊고 귀향한 모녀는 뒷산에서 막 잘라온 죽순과 어머니의 손맛을 합쳐 찹쌀밥과 돼지고기 말이로 근사한 식탁을 차렸다. 한상훈은 이 따뜻한 모녀의 풍경에서 음식에 담긴 기억, 사랑, 귀향의 의미를 다시금 곱씹었다. 해가 저무는 캠핑장, ‘신의 눈’이라 불리는 맛탄누이 절경 앞에서 인생 첫 베트남 소고기를 맛보는 순간, 그 밥상은 여행의 작은 축제가 된다.
대통령 요리사, 베트남 밥상 위 인생 여정…‘세계테마기행’ 한상훈, 음식으로 그린 삶의 풍경→여행의 온기 / EBS
구불구불한 산길이 이어진 하장에서는 추수의 바람과 논둑의 물안개, 그리고 라찌족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낯선 이를 반겼다. 논에서 물고기를 손으로 잡아 올리던 엄마와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일상은 한상훈의 기억 속 어머니 밥상을 떠올리게 만든다. 밥을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지는 시간, 베트남 산촌의 엄마들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온기를 전했다.
안개 덮인 사파에서는 계단식 논이 산을 두르고, 몽족 부부의 집도 식탁이었다. 집 주변의 모든 재료가 음식이 되는 자연의 선물 앞에서 한상훈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베트남의 산엔 철갑상어가 온전히 자라며, 샥스핀 튀김에서조차 인생의 다채로움이 녹아들었다. 다음 여정에서는 약초 지식이 풍부한 자오족 노인을 만나 약초 목욕으로 심신을 달랬고, 텐파 마을의 요리 고수와 함께 옥수숫가루로 빚은 특별한 밥상을 받아들었다. 명절도 일상도, 그저 하루 세 끼 속에 마을의 역사가 이어졌다.
여정의 중심지 하노이에 들어서면 이야기는 쌀국수 한 그릇에서 다시 시작된다. 거리에 가득한 ‘퍼’ 간판, 퀵보드로 쌀국수를 배달하는 사장님의 초행길, 손수 면을 빚는 젊은 장인의 숙련된 손끝. 오픈 키친에서 펼쳐지는 생면 쌀국수의 매력은 한국의 익숙한 맛과는 또 다른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근교에 자리한 라이스페이퍼의 고장 토하 마을에서는 하루 천 장을 구워내는 어르신들, 골목마다 널린 라이스페이퍼의 흰빛 아래 마을 사람들이 살아간다. 다시 향하게 된 하남에서는 수제비처럼 부드러운 반권을 맛보고, 삼대의 이야기를 듣는다.
맛은 베트남의 시간을 품고 있다. 전쟁과 식민의 상처마저도 쌀국수 한 그릇에 녹아 있고, 흙길과 강, 시장의 소음과 사람의 손끝에서 또 다른 문화로 피어난다. 호안끼엠 호수의 전설 아래서 먹는 쏘이는 패스트푸드처럼 간편하지만 마치 예술작품과 같다. 족발집에서는 허브와 향신료가 어우러진 고기의 비의를 배우고, 레맛 마을에서는 뱀 요리 앞에 잠시 물러섰다가 이내 용기를 내어 첫 맛을 삼킨다. 푸토의 롱꼭 마을에서 찻잎을 따고 마시던 순간, 한상훈은 베트남 사람들의 차분한 미소와 지혜를 깨달았다. 뼈 대신 시간으로 단단해진 발효 돼지고기, 질그릇 안에서 12시간 이상 조린 생선조림이 전하는 깊은 풍미에는 오랜 세월과 마을의 인내가 숨어 있었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 친구가 돼준 소금밭 염부의 등 뒤에서 한상훈은 음식을 만든다는 것, 사는 일의 본질과 마주했다. 요리는 결국 땀이자 누군가를 위한 마음이 되고, 밥상은 언제나 그 곁에 남아 있었다.
EBS1 ‘세계테마기행–대통령 요리사의 베트남 여행법’은 10월 6일부터 9일까지 매일 저녁 8시 40분, 삶과 여행, 그리고 음식이 지닌 여운을 따라 시청자를 베트남의 밥상 곁으로 초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