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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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말 인용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아요. 마음 편히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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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왜 블루스카이에 짧고 별것 없는 글을 쓸 때조차 문장을 한 번에 제대로 쓸 수 없는 걸까요. 게시글 지울 때마다 좋아요 눌러 주신 분들께는 늘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좋아요 숫자를 확보하는 것보다는 꼴사나운 문장이 들어간 게시물을 발견할 때마다 지우고 다시 쓰는 것이 제가 이곳에서 정신 건강을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수제 게시글을 생산하는 데에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하오니 모쪼록 양해 부탁드려요.

(이 글도 두어 시간 뒤에 다시 보면 분명 어딘가 마음에 안 들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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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집법선봉 (執法先鋒, 1986, 홍콩)

법을 집행하는 선봉이라는 제목과 달리 적법하게 처벌할 수 없는 악인들을 위법하게 처단하는 검사가 주인공이라 요즘 한국인들에게는 영 내키지 않으려나요? 하지만 도무지 법조인처럼 생기지 않은 원표가 제도와 윤리에 대한 아무 고민 없이 80년대 홍콩 영화 최고 수준의 액션을 펼쳐 살인에 살인을 거듭하며 얼을 빼놓기 때문에 그런 고차원적인 고민에 빠질 겨를이 없습니다. 그 무자비함의 수위는 계속 높아져 영화가 끝난 순간 감상자는 자신이 과호흡 · 탈진 상태에 이르렀음을 깨닫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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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해롤드 디들복의 죄 (The Sin of Harold Diddlebock, 1947)

무성 코미디 스타 해롤드 로이드의 마지막 출연작 + 발성 코미디 명장 프레스턴 스터지스의 파라마운트 시절 이후 첫 연출작. 로이드의 전성기 대표작 〈신입생〉의 속편인데, 개봉 후 반응이 좋지 않자 제작자 하워즈 휴즈가 얼른 내린 뒤 장장 사 년을 들여 재촬영 · 편집해서 〈광란의 수요일〉이라는 제목으로 재개봉했지만 결국 반응은 신통찮았대요. 어쨌거나 몇 년 전 UCLA 필름 & 텔레비전 아카이브에서 완성했다는 복원판을 보고 싶은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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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체코어 제목이 무슨 뜻인지는 굳이 찾아 볼 생각 안 함.
2) 영어 제목이 cremator네? 뭔 뜻이지? 영한사전 볼까?
3) "소각"은 쓰레기 소각장 떠올라서 기각.
4) "화장"은 뒤에 뭔가를 붙여야지 그냥 그것만 쓰면 cosmetic 같음.
5) "화장로"는 낯섦. 한국인이라면 역시 "화장터"지!
6) '화장터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살려야겠는데 어떻게 한담... 옳거니, 사전들이 "인부"를 썼구나!

아마 이런 흐름이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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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새벽 한 시 (One A.M., 1916, 미국)

채플린은 1914년부터 영화를 만든 사람인데 한국에는 (아마도 배급상의 이유로) 1918년 이후 작품만 소개되고 그 이전 경력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취급하는 게 속상해요. 저는 그가 1916~1917년에 뮤추얼 영화사와 계약해서 만든 열두 편의 두 릴짜리 영화들을 참 좋아합니다. 그중에서도 〈새벽 한 시〉는 한밤중 잔뜩 취해 집에 돌아온 채플린이 혼자 주정을 부리는 모습만으로 영화 전체를 빼곡하게 채운 순수 슬랩스틱 코미디라서 더욱 특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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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여자 앞에 수줍은 남자〉로 불렀지만 그랬더니 아무도 따라 써 주지 않아서... 아니, 원래 어지간해서는 따라 쓰지 않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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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여자 공포증 (Girl Shy, 1924, 미국)

"shy"의 역어로 "공포증"은 과하지 않나 싶지만 영화를 보면 나쁘지 않은 제목입니다. 해롤드 로이드가 〈안전은 뒷전!〉 다음 해에 내놓은 진정한 걸작이에요. 클라이맥스 대 추격전은 버스터 키튼과 겨뤄볼 만하고, 코미디도 발군이고, 특히 로맨스를 쌓는 과정이 훌륭한데, 그중에서도 반사 이미지를 활용한 연출이 가슴을 탁 쳐요. 정말 누가 봐도 그 우수성을 단박에 알 수 있을 영화인데 왜 아직도 이렇게까지 인지도가 낮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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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ne Keaton in her Manhattan apartment with Buster, an Abyssinian, photographed by Jill Krementz in 1977
black & white photograph of young Diane Keaton smiling and standing next to a white refrigerator in a barren-looking kitchen. her cat Buster is crouched on top of the fridge playing with/swatting her hair in the upper right hand corner. she's wearing a long skinny white scarf with a dot-grid pattern, a high-neck white blouse with an ascot/kerchief around the neck, and a black blazer/skirt or blazer dress over what looks like a v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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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들 세상 떠나는 거 하루이틀이 아닌데 올해는 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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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작이 지나치게 유명(하기만)한 나머지 오히려 작품 세계 전반에 대한 접근과 이해를 방해하는 사례라고나 할까요. (해롤드 로이드뿐만 아니라 유명 창작자들 상당수가 겪는 문제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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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이미 널리 사랑받고 있는 영화인데 못된 소리 좀 막 지르면 어때요.

진짜 저 스틸 사진이 문제입니다. 액션이 나쁜 건 절대 아니지만 빌딩 등반 시퀀스 전체가 저 스틸 사진만큼의 임팩트는 주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해롤드 로이드 보기 시작했을 때 이미 버스터 키튼의 신실한 신도였기 때문에 아크로바틱 스턴트 액션이라는 관점에서 〈안전은 뒷전!〉에 실망했는데, 해롤드 로이드를 더 보다 보니 〈안전은 뒷전!〉보다 더 박진감 있는 액션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더더욱 저 스틸 사진이 문제라고 생각하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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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은 뒷전!〉은 시계탑 장면 스틸 사진 원툴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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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그들은 모두 웃었다 (They All Laughed, 1981)

'전성기' 이후의 피터 보그다노비치 영화는 비교적 최근에 와서야 재평가받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는 영화지요(웨스 앤더슨, 쿠엔틴 타란티노 등). 근사한 뉴욕 찬가라는 소개도 솔깃하고, 보그다노비치 영화에 출연한 오드리 헵번의 연기도 궁금하고, 아무래도 도로시 스트래튼의 비극적 죽음과 보그다노비치의 상심에 관한 뒷이야기가 이 영화에 드리운 아우라에 호기심이 일지 않는다고 말하면 거짓말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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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좋은 얘기지만 아마도 제가 제일 좋아하는 해롤드 로이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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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sumamiboy.bsky.social
My big conspiracy is that due to our overall systemic decline in both cultural literacy and actual literacy we have spawned a generation of people who don’t even know how to get horny anymore
thegamersician.com
🤦🏾‍♂️

Speak for yourself l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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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시 보면서 놀랐던 건 필립 베이커 홀이 시카고 조폭 두목의 측근/조언자 같은 역할로 출연하는데 카지노가 딸린 고급 호텔을 근거지로 삼는 데다 이름이 시드니라는 거! 철자가 Sidney로 다르고 필립 베이커 홀의 연기도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PTA의 장편 데뷔작 〈Sydney〉의 일부는 필시 저 캐릭터에서 나왔겠구나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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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번 나오는, 구 년 만에 재회하는 아버지와 딸의 관계 묘사도 PTA 영화와 공명하는 데가 있죠. 새삼스러운 소리지만 이 장면에서 갑자기 마주하게 된 딸에 대한 놀라움과 반가움과 애정과 다가가고 싶은 마음과 주저하는 마음과 미안함 등등을 이렇다 할 대사도 없이 드러내는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가 참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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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풍경과 도로에서는 역시 〈One Battle After Another〉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고요. 그렇다고 〈미드나잇 런〉이 이런 지형을 PTA처럼 사용했다는 건 아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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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물리적 추격 액션의 품질도 상당하고요. 굉장한 짓을 너무 손쉽게 해내서 얄미운 순간이 여러 번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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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A는 자신이 선정한 다섯 편의 방영작에 관해 따로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지만, 영화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어요.

〈미드나잇 런〉은 127분짜리 영화인데 첫 장면에서 빵 하고 터뜨린 이후 줄곧 추격의 리듬으로 영화를 전개하죠. 모든 장면에서 문자 그대로 물리적인 추격이 이루어진다는 건 아니지만─그야 〈One Battle After Another〉도 마찬가지─일부러 호흡을 늦추고 상황을 정리하고 캐릭터 감정 증폭에 몰두하는 시간을 따로 마련하는 일 없이 두 개인/집단 이상의 갈등에서 비롯한 긴장을 계속 이어 나간다는 의미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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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동거인이 연휴에 〈좋은 친구들〉을 보고 로버트 드 니로에게 매력을 느꼈다며 어제 〈히트〉도 보기에 오늘은 함께 〈미드나잇 런〉을 보았지요.

폴 토머스 앤더슨의 영향도 있어요. 〈One Battle After Another〉 미국 개봉일에 맞춰 터너 클래식 무비 채널에서 PTA가 자기 신작과 연관 지어 추천한 영화 다섯 편을 방영했는데 그중 하나가 〈미드나잇 런〉이었다기에 다시 보고 싶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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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개미들의 왕 (King of the Ants, 2003)

스튜어트 고든이 만든 지독하게 하드보일드한 폭력 복수극이라고 해서 늘 보고 싶었어요. 고든의 대표작들과는 달리 환상 · 호러 영화가 아니라서 인지도가 떨어지는 데다 저예산 독립 영화라서 유통 자체가 쉽지 않은 모양이에요. 다섯 달 전 영국에서 마침내 블루레이가 나와서 기대했건만 리뷰를 보니 DVD에 썼던 후줄근한 SD 마스터를 그대로 사용한 티가 나서 망설이게 되네요. 일단 35mm 필름으로 찍긴 했다는데 원본 필름을 찾아 제대로 복원하기는 쉽지 않은 모양이에요.
King of the Ants (2003) - English Trailer
YouTube video by neverdy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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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폭렬형경 (爆裂刑警, 1999, 홍콩)

세기 전환기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홍콩 영화에 때 이른 죽음을 선고하는 무례를 저지르는 동안에도 홍콩 영화인들은 묵묵히 좋은 영화를 만들고 있었죠. 당시 자의 또는 타의로 홍콩 영화를 조기 졸업해 버렸던 '왕년'의 팬들에게 늦게라도 이 영화를 보여주고 싶어요. 서로 들어맞지 않거나 함께 쓰기에는 과도한 재료들을 한자리에 모은 것은 '전성기'스럽지만 각각이 사방으로 폭주하게 두지 않고 톤을 억눌러 보다 균형 잡힌 하나의 영화로 완성한 솜씨는 '이후'를 암시하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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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감시자들 (2013, 한국)

제가 본 한국 영화 중 2000년대 홍콩 영화의 날렵함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작품입니다. 두기봉의 제작사인 밀키웨이 이미지에서 만든 〈근종〉의 리메이크지요. 원조의 맛을 낼 수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풍부한 서울 로케이션 속에 당대 홍콩 영화의 중언부언하지 않는 화술을 성공적으로 이식한 결과물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설명 하나 없이 다짜고짜 시작해서 영화 제목이 뜰 때까지 무려 21분을 마치 하나의 시퀀스처럼 끌고 가는 도입부는 요즘 보면 눈물이 날 것 같죠. 이런 것도 만들 줄 알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