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무, 故박영석 대장의 도전과 헌신 조명…히말라야 14좌부터 남북극까지 '한계' 넘어선 47년의 기록 #꼬꼬무 #박영석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가 오는 16일 방송을 통해 한국 산악사에 길이 남을 인물, 박영석 대장의 삶을 다룬다. 서은광, 박준면, 신은경이 이야기꾼으로 나서 세계 최초이자 유일하게 산악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이 전설적 산악인의 발자취를 되짚는다. 방송은 화려한 기록 뒤에 가려진 한 인간의 열정과 선택, 그리고 끝내 이루지 못한 마지막 약속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박영석이라는 이름 앞에는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히말라야 14좌 완등, 7대륙 최고봉 등정, 남극점과 북극점 도달. 이 모든 기록을 인류 최초로 한 사람이 달성했다는 사실 자체가 경이롭다. 1993년 아시아 최초로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에 성공한 이후, 그는 세계 산악계에 한국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2004년 세계 최단 기록으로 무보급 남극점 도달에 성공하고, 이듬해 북극점에 발을 디디며 2005년 4월 30일 인류 최초 산악 그랜드슬램 달성이라는 위업을 이뤄냈다. 이 기록은 기네스북에 등재되었고, 지금까지도 유일무이한 성취로 남아있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 - 백아흔여섯 번째 이야기 '아직 그곳에 있다 - 캡틴 박영석' 캡처
그러나 방송이 주목하는 지점은 기록의 나열이 아니다. 출연자들은 박영석이 어떻게 이 모든 도전을 가능하게 했는지, 그 원동력이 무엇이었는지를 탐색한다. 어린 시절 친구를 따라 우연히 오른 설악산 대청봉에서 산의 매력에 빠진 소년은 방학마다 설악산을 찾았다.
1980년 동국대 마나슬루 원정대의 등정 장면을 보고 산악인이 되기로 결심했고, 1983년 동국대 체육교육과에 진학하며 본격적인 산악인의 길로 들어섰다. 이 과정은 거창한 계획이나 야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순수한 매력과 동경에서 시작된 한 인간의 선택이었다.
박영석의 등반 철학은 그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그는 등정주의가 아닌 등로주의를 추구했다. 이미 개척된 안전한 길로 정상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산악길을 만들고 험난한 길로 도전하는 것이 그의 방식이었다.
2009년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코리안 루트를 개척한 것이나, 2007년 중국 사천성 희조피크 세계 초등 기록 모두 이러한 철학의 산물이었다. 그에게 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대화의 상대였고, 새로운 길을 내는 것은 산과 나누는 깊은 교감의 방식이었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 - 백아흔여섯 번째 이야기 '아직 그곳에 있다 - 캡틴 박영석' 캡처
꼬꼬무는 박영석이 겪은 수많은 죽음의 고비들도 세밀하게 조명한다. 1994년 에베레스트 남서벽 등반 도중 깎아지른 절벽에서 추락했을 때, 몸에 묶은 로프 덕분에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얼굴뼈가 부서지는 부상을 입고 붕대로 대충 고정한 채 하산하던 그는 고통이 너무 극심해 후배에게 차라리 크레바스에 밀어넣어 죽게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1995년에는 눈사태에 파묻혔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났고, 1997년 다울라기리에서는 크레바스에 빠졌다가 겨우 탈출했다. 이런 극한의 순간들을 겪고도 그는 산을 떠나지 않았다.
출연자들은 이 대목에서 박영석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왜 그토록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산에 오르는 것을 멈추지 않았을까. 그의 좌우명이었던 '1퍼센트의 가능성만 있어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에서 그 답을 찾는다. 이는 무모함이 아니라 극한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생존 의지였고, 동시에 산악인으로서의 책임감이었다. 함께 오른 대원들에 대한 책임, 그리고 자신이 개척하고자 한 길에 대한 책임이 그를 끝까지 버티게 만들었다.
꼬꼬무에서 특히 강조되는 부분은 박영석의 인간적 매력이다. 소개 자료에 따르면 그와 단 한 번도 산에 오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함께한 대원은 없을 정도로 그는 매력 넘치는 사람이었다. 동료들은 그를 '바보형'이라고 불렀다. 이는 그가 자신보다 후배와 동료를 먼저 챙기는 리더십, 험난한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낙천성, 그리고 누구에게나 따뜻했던 인간미를 가졌기 때문이었다. 캡틴이라는 호칭은 그의 기술적 능력뿐 아니라 이런 인간적 면모를 모두 담고 있었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 - 백아흔여섯 번째 이야기 '아직 그곳에 있다 - 캡틴 박영석' 캡처
세계 최단 기록으로 6개월간 히말라야 8000미터급 5개 봉우리를 등정하고, 1년간 최다 등정 6개 봉을 달성하며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을 때, 그는 이미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산악인이었다. 2006년 단일팀으로 세계 최초 에베레스트 횡단 등반에 성공했을 때, 국제 산악계는 한국 산악 역사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이 모든 성취는 개인의 영광을 넘어 한국 산악사 전체를 한 단계 끌어올린 의미 있는 기록들이었다.
그러나 박영석은 이 모든 화려한 타이틀을 뒤로하고 또 다른 꿈을 좇았다. 히말라야에 코리안루트를 더 많이 개척하는 것이 그의 새로운 목표였다. 이미 개척된 길이 아닌, 한국인이 처음 열어가는 길을 만들고 싶었다. 이는 단지 기록을 위한 도전이 아니라, 후배 산악인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의 길을 열어주고 싶다는 선배로서의 마음이었다. 2011년 10월, 그는 후배인 강기석과 신동민과 함께 안나푸르나에 한국인 경로를 개척하기 위해 다시 히말라야로 향했다.
10월 18일, 박영석과 대원들의 연락이 두절되었다. 눈사태에 휘말린 것으로 추정되었다. KBS 취재진이 출국부터 함께하며 기록한 영상은 후에 '박영석, 안나푸르나 마지막 10일의 기록'이라는 다큐멘터리로 방송되었다. 수색대가 실종 예상 지역을 수색했으나 흔적을 찾지 못했다. 결국 그는 행방불명으로 인한 인정사망 처리되었다. 향년 47세였다. 2016년 8월, 차남 박성민 씨가 포함된 수색대가 다시 안나푸르나로 향했지만 시신을 찾지 못했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 인스타그램
꼬꼬무는 박영석이 남긴 단 하나의 부탁을 전한다. "내가 산에 묻히거든, 시신을 찾아 가족들에게 갖다 달라." 이 간절한 요청은 아직 이루어지지 못했다. 안나푸르나의 설원 어딘가에 그는 여전히 잠들어 있다. 출연자들은 이 대목에서 깊은 숙연함을 드러낸다. 평생 산을 사랑하고 산에서 살다가 산에 묻힌 한 산악인의 마지막 소원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는 사실이 더욱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2021년 7월, 1999년 박영석과 함께 등반하다 실종된 허승관의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언젠가 눈이 녹고 지형이 변하면 박영석의 시신도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히말라야의 눈이 사라지는 먼 훗날에라도, 그가 남긴 약속이 지켜질 수 있을까. 방송은 이 질문을 시청자에게 던진다.
꼬꼬무가 조명하는 박영석의 이야기는 화려한 기록의 나열이 아니라, 한계를 뛰어넘고자 했던 한 인간의 열정과 헌신에 관한 이야기다. 동국대학교 중앙도서관 입구에 붙어 있는 히말라야 14좌 완등 기념 부조는 그의 업적을 기리지만, 진짜 그를 기억하게 만드는 것은 숫자가 아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자 했던 도전 정신,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의지, 동료를 먼저 생각했던 따뜻함, 그리고 끝까지 산을 사랑했던 순수한 열정이 박영석이라는 이름을 특별하게 만든다.
방송은 현재진행형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박영석은 여전히 안나푸르나 어딘가에 있다. 그가 꿈꾸었던 코리안루트는 후배들에 의해 계속 개척되고 있다. 그의 기록은 후배 산악인들에게 영감을 주고, 그의 철학은 한국 산악계에 여전히 살아 숨 쉰다. 인류 최초이자 유일의 산악 그랜드슬래머라는 타이틀 이상으로, 그는 산과 진정으로 교감했던 산악인으로 기억된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 - 백아흔여섯 번째 이야기 '아직 그곳에 있다 - 캡틴 박영석' 캡처
서은광, 박준면, 신은경은 이 이야기를 통해 도전의 의미, 한계를 넘어서는 용기,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이야기꾼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박영석의 삶은 많은 이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있는가. 그것을 위해 얼마나 헌신할 수 있는가.
안나푸르나의 5700미터 지점 어딘가에 잠든 박영석 대장은, 산을 사랑했고 산에 의해 사랑받았던 사람이었다. 그가 남긴 발자국은 히말라야의 눈 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산악사 전체에 깊이 새겨져 있다. 백아흔여섯 번째 꼬꼬무 이야기는 여전히 그곳에 있는 한 산악인의 도전과 사랑, 그리고 미완의 약속에 관한 기록이다.
'아직 그곳에 있다 - 캡틴 박영석'을 다룬 이야기는 오는 16일 목요일 밤 10시 20분,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를 통해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