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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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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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빵 I 초장님커미션
맞추고 싶어서 맞췄겠냐고? 공감도 지능이라는데 준수 아이큐 검사 좀 받아 봐. 우리 학교에선 공짜로 해 주던데 준수 학교는 안 해 줘? 내 걸로 받아 볼래?
씨발.

됐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배고파. 영중이 정리했다. 힘이 들어간 손을 잡았다. 때마침 바뀐 파란불에 맞춰 핸들 쪽으로 살살 밀었다. 삐죽거리던 입이 쑥 들어갔다. 반대로 그 모습을 보던 영중은 쫓아 나갈 뻔한 자기 주둥이를 단속해야 했지만…….
January 20, 2026 at 5:32 AM
샴푸나 섬유 유연제 등 용량이 커서 빠른 시일 내에 소진할 수 없는 향기 제품 특성상 쉽게 바뀌지 않았으니까.
돌아갈까? 준수가 말했다. 말이 없어진 영중에게서 뭘 착각했는지 표정이 전에 없이 비장했다. 영중은, 좀 두근거렸지만, 애인 사이에 당연해도 되는 일이었지만 허벅지를 꼬집어 콩깍지를 벗고 고개를 저었다.

눈 마주쳤는데 진작 도망갔지.
그 와중에 눈 맞추고 앉았네. 야, 전영중. 니 애인하고나 맞춰, 그런 건 좀.
January 20, 2026 at 5:32 AM
어쨌든 정지 신호였기 때문에 준수도 차를 세웠다. 옆차가 된 뒤차에서 창문을 열고 노려보는 눈길이 느껴졌지만 거들떠도 안 봤다.

확신하냐?
내 코 점막이 반응했어.
뭔 소리야?
그런 게 있어. 떠올리니까 토할 거 같거든? 세차 하기 싫으면 알아서 알아듣도록 해.

무슨 말이냐면 그때 영중에게 들러붙어 변태짓을 시도했던 주정뱅이의 지독한 구취가 코에 각인됐다는 뜻이었다. 지금은 그런 냄새까진 안 났지만 같이 맡았던 희미한 체향이 확실했다.
January 20, 2026 at 5:32 AM
뭐가?
준수 차 끌고 자랑하러 온 날 있잖아. 그 새벽에, 솔직히 미친놈인 줄. 잘 보이지도 않았어, 시커매서.
야야야. 니 데리러 간 거지 뭔 자랑을 하러 가? 말본새 바로 안 하냐?
아무튼. 그때 그 꼴아서 경찰이 데려갔던…….
어. 그 새끼가 왜.

영중이 말을 이었다. 내 잔을 핥고 있더라고? 준수는 대꾸가 없었다. 못 들었나? 싶어서 다시 말하려고 하니 멀찍이 정지 신호를 보고 멈추는 앞차를 피해 핸들을 홱 트는 손길이 거칠어서 관뒀다. 잘 들은 듯.
January 20, 2026 at 5:32 AM
운전대 잡고 있다, 나.
……근데? 여기서 갑자기 운전 유세를?
신경 쓰이게 했다가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거지. 참고하라고.
미쳤나.

선수 쳐서 협박을 했다. 당한 영중은 사람 목숨이 장난이냐 어이없다 실망이다 갖은 지랄을 떨다 제 풀에 지쳐서 고백했다. 기억나? 하고 스타트를 끊었다. 준수는 반사적으로 휴대폰에 띄워 놓은 디데이 어플을 떠올렸지만 바로 지워 버렸다. 누군가에겐 당연하지만 누군가에겐 분할 정도로 기념할 일은커녕 아무 일도 없는 사이였다.
January 20, 2026 at 5:32 AM
영중도 그 빠른 태세 전환에 감탄해서 인정하고 말았을 만큼. 준수가 물었다. 뭔데? 영중은 뺨을 더듬는 헛짓거리를 힐끔 보기만 하고 넘겼다. 쓸데없이 안전띠를 채워 주느라고 가까워진 거리도 참고 넘겼다. 쪽.

야.
실수, 실수.

대놓고 붙인 입술도, 일단은. 준수의 사과 비슷한 제스처로 넘어갔다. 준수가 차를 출발시켰다. 멀어지는 카페를 힐끔거리는 영중을 힐끔. 눈이 마주쳤다. 고개를 바로 했다. 준수가 선수를 쳤다.
January 20, 2026 at 5:32 AM
휙. 영중이 낀 옷자락을 뺐다. 하필 겨울 외투라 두꺼웠다. 열려 있던 문이 움직이면서, 딸랑, 종을 울렸다. 그 순간 쳐들린 얼굴과 맞닥뜨린 영중이 저도 모르게 뒤로 주춤 물러났다.

'어, 저 새끼.'

계단이 있었지만 타고난 운동신경 덕에 넘어지지 않고 끝났다. 영중이 서둘러 몸을 돌렸다. 붉은 정차등을 초조하게 쫓아갔다. 문을 열었다. 쾅.

왜 그래? 뭔 일 있냐?
어떻게 알았지.

열린 창문 뒤에서는 그런 영중더러 빨리빨리 안 다니냐 구박만 하던 준수가 창문을 닫은 뒤에는 눈치 빠른 척했다.
January 20, 2026 at 5:32 AM
껴입는 겨울에는 물론이고 티셔츠 한 장 입는 게 전부인 여름에도 기차놀이를 해야 했다. 영중이 낀 옷자락을 손끝으로 더듬더듬 따라가며 뒤를 돌았을 때였다.
반납대가 보였다. 주문대 옆, 손님들이 나가며 두고 가기 좋도록 짜인 동선, 바로 그 위에 유난히 이질적인 김밥이 그곳에 있었다. 영중이 매장을 살폈다. 홀에는 막 영중이 나온 자리를 정리하는 점원이 하나. 주문대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전영중, 안 오냐?
갈게.
January 20, 2026 at 5:32 AM
김밥은 두 사람의 험악한 분위기에 질렸는지 말도 없이 고개를 숙인 채 종종걸음 쳐서 지나쳤다. 그 뒤로 닫히는 문을 영중이 잡아 준수를 먼저 내보냈다.
비가 제법 많이 내렸다. 패딩 점퍼를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겨울 비가 이게 맞아? 영중은 황당해하면서도 가방을 최대한 덜 버리게끔 겨드랑이에 꼈다. 발이 떨어지지 않아 주저하며 잡고 있던 문을 놨다.

어.

이 빗속을 뚫고 갈 자신이 없었는지 옷자락이 딸려 갔다. 현관이 워낙 좁긴 했다.
January 20, 2026 at 5:32 AM
영중도 준수를 좋아했지만, 진지하게 애인으로 대하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그 이상은 아직 무리였다. 영화관 데이트, 밤길 산책, 야간 드라이브 등등, 손 잡기 이상으로는.
딸랑. 종소리가 바로 코앞에서 났다. 영중도 준수도 밀어서 연 적 없는 문이 밖에서 당겨져 열렸다. 손잡이를 잡은 검은 소매와 검은색 롱패딩. 걸어다니는 김밥과 하나뿐인 통로에서 맞닥뜨리고 순간 얼타서 얼음.

니가 비켜 줘야 들어오지, 병신아.
야, 나도 알아.

동시에 상황을 파악하고 재빨리 옆으로 비켜 섰다.
January 20, 2026 at 5:32 AM
영중은 곧 차에 단둘이 될 상황을 대비해 이상한 분위기를 만들지 않으려고 주의했다.

성준수 차 생기더니 진짜 얼굴값 하는 듯.
뭔 소리야?
차만 타면 헛짓거리 하잖아.
야, 야! 니는 애인한테 헛짓거리가 뭐냐?

헛짓거리가 헛짓거리지, 뭐. 다른 고상한 이름을 붙여 주길 바랐느냐며 양심이 있네 없네 어쩌구 저쩌구. 마무리는 비웃음이었다. 남자친구 핑크 아니고 열 받은 레드 컬러의 얼굴이 그제야 좀 봐줄 만했다. 덜 부담스러웠다. 고사리 화분을 지나쳤다.
January 20, 2026 at 5:32 AM
카페 문이 열리고 준수가 들어왔다. 어두워서 몰랐는데 밖에선 비가 내리는 모양인지 머리에 물방울이 묻어 있었다. 영중이 테이블에 어질렀던 짐을 챙기는 동안 준수는 영중이 먹은 잔을 반납대에 갖다 놨다.

야, 전에 예약 걸어 놨던 데. 아까 오늘 올 수 있냐고 연락 왔던데 갈래?
앞장서.

안 그래도 배고팠는데. 지각쟁이 애인에게 맞춰 느릿느릿 준비하던 손이 빠릿빠릿해졌다. 그 애인이 그 모습을 보고 헛웃음을 짓거나 말거나. 묵직해진 가방을 어깨에 둘러메자 바로 빈 옆구리를 차지하는 뺨이, 밖이 추워선지 난방이 더워선지 빨갰다.
January 20, 2026 at 5:32 AM
영중의 의지가 단호했기 때문에 준수도 더 묻지 않았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편의점에서 양치 도구 세트를 사서 화장실로 뛰어갔다.

야야. 빨리 나와.
일 교시도 시작하려면 멀었는데 왜 저럼. 오버 싸지 마, 준수야~ 너무 집착하면 징그럽다~
씨발꺼.

준수는 쌍욕을 갈긴 것치고 밖에서 잘 기다렸다. 처음에는. 그러다, 덜 닫힌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부스트 단 칫솔질 소리에 그만 못 참고 벌컥.

아니 이걸 못 참아?
못 참아.

달칵. 저 같은 불상사가 다시 생기지 않게 문도 제대로 닫고.
January 19, 2026 at 12:28 AM
얼마 안 가 신호를 받아 멈춰 섰다. 멀리, 먼저 출발했던 경찰차의 실루엣이 보였다가 완전히 사라졌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도로에는 준수와 영중이 탄 차뿐이었고…….

웁.
입 안 벌리냐?
으븝. 읍읍! 으으으응!

토한 입에 키스가 웬 말. 영중이 결사코 반대하자 준수는 할 수 없이 물러났다. 아쉬워하는 준수를 영중이 달랬다. 이따가. 이따 언제? 나 양치하고…….

안 해도 돼.
내가 찝찝하다고. 똥 되기 직전 음식물이 입으로 넘어왔는데.
니 그 먹은 거 똥 되려면 내일은 돼야 돼.
아무튼 안 돼.
January 19, 2026 at 12:28 AM
거절하지 않은 얼굴이 다시 하던 일로 돌아갔지만 영중은 똑똑히 봤다. 올라간 입꼬리를. 영중은 준수의 샴푸와 비누와 섬유 유연제 브랜드를 궁금해하며 다음에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경찰이 도착했다. 인사불성 상태에서 도무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주정뱅이를 억지로 일으켜 경찰차에 태워 갔다. 영중도 준수의 차에 탔다.

아저씨 차는 그러고 보니까 타 본 적이 없네.
엄마만 가끔 태우러 오셨으니까.
그치, 그치.

어색한 공기는 영중의 화제 전환을 위한 대화 시도와 너스레에 풀렸다. 준수의 표정도 한결 편해져서 영중을 덜 힐끔거렸다.
January 19, 2026 at 12:28 AM
이번에 엄마가 아빠 차 바꿔 줘서 저가 받았다고 묻지 않은 말까지 줄줄. 혼자 자빠져 엉엉 우는 주정뱅이를 보며 휴대폰을 꺼냈다. 경찰에 신고했다.

아주머니 여전히 능력 있으시다.
그렇지. 안 들어가냐?
들어가는 것도 좀 그렇지?

아침 토한 거 말곤 다친 데도 없고. 영중이 슬금슬금 준수 옆으로 이동했다. 주정뱅이가 허튼 짓거리 못 하게 눈을 떼지 않고 있던 준수가 곁눈질로 그런 영중을 힐끔거렸다.

뭐 해?
아니, 준수한테서 좋은 냄새가 나네? 좀 빌릴게.
……그러든지.
January 19, 2026 at 12:28 AM
영중이 잃어버린 중심을 좀처럼 찾지 못하고 비틀거리다 제자리에 쭈그려 앉았다. 끝내 준수의 발치에 토했다. 야무지게 챙겨 먹고 나온 사과 한 개와 무가당 아몬드 음료 한 팩. 코 점막에 밴 구취는 그래도 사라지지 않았다.

와, 이거 냄새가 안 사라진다.
야, 일단 차에 타.
……차?

영중이 젖은 입가를 훔치며 느릿느릿 고개를 돌렸다. 재생 중을 알리는 블랙박스 녹색 램프가 반짝이는 차를 발견했다. 몸을 일으켰다. 실수로라도 코로 숨쉬지 않게 조심하며 입으로 부족한 숨을 들이켰다.

……준수 주제에 차가 어디서 났지?
아빠 차.
January 19, 2026 at 12:28 AM
탁. 차 문이 열리고 나타난 얼굴에, 땀을 뻘뻘 흘리며 자신을 바닥에 자빠뜨리려는 주정뱅이와 씨름하던 영중이 저도 모르게 버티던 몸에서 힘을 뺐다. 그대로 자빠지려는 걸, 성큼성큼, 뛰어온 준수가 붙들었다.
영중이 힘을 빼자 같이 힘을 뺐던 주정뱅이만 넘어져서 바닥을 끌어안았다. 땅땅 언 보도블록에 이 미터짜리 쿠션 없이 직격한 남자가 악 비명을 내질렀다.
준수는 신경도 안 썼다. 영중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부리부리 부릅뜬 눈이 버럭.

변명해 봐 씨발아.
잠깐만, 진짜. 토할 거 같아서 그래. 우욱.
January 19, 2026 at 12:28 AM
흐악. 영중은 진심으로 질겁했다. 돌아서기 무섭게 품으로 파고드는 몸이 너무 뜨거웠다. 꿈틀거리지나 말든지. 영중이 치밀어오르는 구역감에, 차마 사람한테 할 수는 없어 쭈뼛쭈뼛 굳어 있는데.
부웅. 배기음이 들렸다. 이윽고 헤드라이트 불빛이 어둠을 가르고 나타났다. 영중은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다. 허둥지둥 버스를 잡으려고 정류장을 나갔다. 문이 열리면 기사님께 이것 좀 같이 떼어 달라고 할 생각으로 어기적어기적.

전영중.
어?
January 19, 2026 at 12:28 AM
저, 져녕, 영중 선수.
…….

술에 절여져 뻣뻣해진 혀가 만들어낸 뜻밖의 단어에 영중이 주먹을 풀었다. 곧 정신을 차리고 다시 쥐긴 했지만 끝내 휘두를 수는 없었다. 버스가 나타날 낌새라곤 없는 어둠 속을 힐끔.

잘못 보셨습니다.

일단 발뺌부터 했다. 프로도 아니고 이제 갓 대학 리그에서 뛰기 시작한 햇병아리였다. 고등부 대회 인지도는 말할 것도 없었다. 몇 안 되는 관람객 얼굴은 대강이나마 외울 정도였다. 뒤돌았다. 영중은 주정뱅이 남자를 본 적 없었다.

경찰 불러드릴까요? 아니면 구급차라도?
저녕즁 선수우…….
January 19, 2026 at 12:28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