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an B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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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an Bien
@juanbien.bsky.social
몇 년 전 호기심에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이라는 책을 구입해서는, 저자의 서문만 대충 훑은 후에 서가 한구석에 그대로 놓아 두었다.
그 뒤로 누구든 그 책을 발견하고 관심을 보일 때마다 나는 ‘재기발랄하고 대담하며 실용적이기까지 한 책’이라며 한참 동안 그 책에 대해 말하곤 한다.
October 18, 2023 at 2:31 AM
다만 우리는 이 비통한 운명을 거스르는 어떤 이름들을 알고 있다.
낱낱이 흩어진 망각의 음운들을 그러모아 불멸의 글자로 다시금 새겨지는 데 성공한 이름들.
이름은 그 주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스스로 생명을 조립하고 영속하기 위해 발버둥 친다.
영원히 죽지 않고 기억되려는 것, 그것이 생명의 본성이자 이름의 욕망이다.
October 10, 2023 at 6:37 AM
모든 생명이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멈추지 않고 달려가는 것처럼, 모든 이름들은 처음 불리는 그 순간부터 망각의 강물 위를 허망히 흘러간다. 완전히 잊혀지는 것, 그것이 이름의 숙명이다.
인류는 무언가를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잊기 위해 그것에 길지 않은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October 10, 2023 at 6:37 AM
어쩌다 보니 십여 년마다 한 번씩 다시 읽게 되는 오래된 책 안에서 나는, 그때는 낯설었지만 이제는 아주 친숙해진 이름 하나를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고리타분해 보였던 체스 게임에 이 늦은 나이가 되어서야 흠뻑 빠져들게 줄을, 첫 통성명 이후 이십 오년이나 지나 이 이름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비로소 알게 되리란 것을, 어찌 짐작이나 할 수 있었을까.
October 10, 2023 at 6:36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