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고민을 통해서 완성된 극을 무대에서 만날 수 있어서 참 뜻깊었다.
극 제작자님들께 감사하다고는 몇 번 말한 적 없는데, 연극 <반려가전 A/S 합니다> 제작자님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
극을 무대에서 만날 수 있게 노력해 주셔서, 극에 이토록 다양한 메시지를 담아서 따듯하게 완성해 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다음의 극과 반려가전 재연으로 뵐게요!

어떤 얘기를 하면 좋을까, 정말 고민했다. 가슴 절절한 대사가 좋았다. 비웃음 터지면서도 마냥 편히 웃을 수 없는 영상이 좋았다. 배우님의 연기가 좋았다. 이 모든 것을 한데 모은 연출이 좋았다. 하나하나 짚을 수도 있겠지만. 한데 모아서 이렇게 얘기하고 싶었다. (그래서 사진을 위처럼 찍었다.)
이 극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 노력한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극과 함께할 수 있어서 기뻤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메시지를 이렇게 전달하기 위해서. 고민한 노력을 엿볼 수 있었고,

극이 잘 됐으면 좋겠다. 따듯하고 선한 이야기가 폭력적이고 비열하고 잔인한 이야기보다 잘 돼서, 서로 함께하고 어깨동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무대에서 더 자주 만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진심으로.

#뮤떤후기 #뮤지컬후기 #방구석뮤지컬

(극 중에 지현도 비슷하게 말한다. 조연출. 수많은 일이 내 몫이라서 정신없이 바빠. 그래도 괜찮아. 내 일이니까. 근데 뭐가 제일 빡치는 줄 알아? 연출! 결국, 인간이라는 뜻.)
그런데도 사람을 치유하는 존재 역시 사람이다. 극은 이 메시지를 정말 따스하게 전한다.
여러 방식으로 인류애와 휴머니즘을 전하는 극이 많은데, 이렇게 온전히 선하고 따듯하게 메시지를 전하는 극을 너무나 오래간만에 만났다.

미안해. 이 말을 쉽게 하는 사람도 있지만, 잘못을 제대로 짚기 위해서 자신을 돌아보고 진심으로 사과하고자 무엇을 잘못했는지 스스로 헤아리는 사람이 정말 많을까?
그래서 나는 극에서 이들이 서로 치열하게 싸운 후에, 그 끝에서 펑펑 울면서 내가 잘못했다고 서로 사과하는 장면이 마음 아프면서 고맙고 또 멋있다. 그렇게 열렬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음을 알게 된다면 이 세상에 적어도 서로는 믿을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니까.
인류애. 휴머니즘 이야기를 앞서 했는데, 결국 이 맥락이다. 사람에 치여서 괴롭고 속상해도.

자신이 바꿀 수 없는 현실에서 이들은 서로 다투기도 하고 자신의 현실에 고꾸라져서 슬퍼하고 괴로워하기도 한다.
아픔에 주저앉으면 그저 절망과 나락뿐이겠지만, 인물들이 서로 충돌하고 끝난다면 반목과 질시뿐이겠지만. 금이와 지현, 솔은 서로 손을 내밀고,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고. 그리고 다시 힘을 낸다. 내 잘못에서 그치지 않고 사과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다는 이유가 아니라, 내가 다치게 한 너를 위해서, 내가 잘못했다고 말하고, 미안하다고 용서를 구한다.

완전히 현실에 붙박인 주인공의 이야기는 어떻게 들으면 혈압 오르고, 너무 내 얘기거나 너무 갑갑해서 한심하게도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떨치지 못하는 현실이 실제 그러하고 스스로 느끼는 마음 한 구석의 괴로움이 누구나 있다. 방꾸에서는 그걸 여실히 드러낸다.
누군가의 아픔은 어린 시절에서부터 시작해, 돌이키기 어려운 마음의 상처다. 누군가의 아픔은 반복적으로 사무쳐서 그 사람의 꿈을 절망에 빠뜨릴 만큼 뼈아프기도 하다. 누군가의 아픔은 미래의 희망을 현실에서 착취하는 악의적인 억압에서 발생해 자신의 힘으로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