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타산밍달팽이
banner
wednesdaybasil.bsky.social
아키타산밍달팽이
@wednesdaybasil.bsky.social
“표정이 너무 신경 쓰이니까 제발 왜 그런지 알려주면 안 돼요? 만두 취향에 특별한 의미 같은 게 있어요. 네? 아니, 잠깐! 명헌이 형 입 꾹 닫지 말고요! 형? 형? 명헌이 혀어어엉!”

하고 소리쳤지만, 느닷없이 벌컥 문을 열고 “정~우~성~”하며 들어온 신현철이 시끄럽다고 헤드락을 거는 바람에 진실은 알지 못한 채 눈물만 흘렸다고.

(...한 편 더 남았을지도, 왜죠)
December 9, 2025 at 2:37 PM
“흐응, 우성은 그런 취향? 뿅?”

“그, 그런 취향이라는 게 무슨 의민데요?”

“취향은 다양한 법이니까용. 그런 취향이라도 존중한다, 뿅.”

그러면서도 명헌은 미간을 보일 듯 말 듯 찡그렸음.

평소에는 무표정할 때가 많아서 무슨 생각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확연하게 불쾌와 경멸 그 사이의 기색을 내비치고 있었음. 아 정말 뭐냐고요!
December 9, 2025 at 2:37 PM
“그냥 겉은 좀 딱딱한데 속은 부드럽잖아요. 그게 재밌다고 해야 하나 씹는 맛이 있다고 해야 하나. 씹으면 촉촉함이 느껴져서 자꾸만 먹고 싶고, 무심코 생각나면 삼키고 싶고”

말을 하다 보니 이상해지긴 했는데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감상을 늘어놓은 것뿐이었음.

그러나 명헌의 표정은 더욱 냉랭하게 식었음. 메말라 버린 찐만두 수준이었음.

“왜? 왜요? 뭔데 그러는데요. 내가 혹시 이상한 말이라도 했어요?” 라고 하니 잠시 정적이 흐른 후 명헌의 입이 벌어졌음.
December 9, 2025 at 2:37 PM
하지만 우성은 만두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음. 그렇다고 좋아한다는 말을 거짓으로 내뱉은 건 아니었음. 이명헌처럼 생긴 만두를 좋아했던 거지 다른 만두에는 관심 없었음.

그러나 일단 대답을 해야 했으므로 다급하게 입을 열었음

“군, 군만두요! 만두는 역시 군만두죠.”

“왜?”

이건 또 예상 못한 질문인데… 좋아한다고 하면 적당히 넘어갈 줄 알았는데.

우성은 목소리가 나오는 대로 중얼거렸음.
December 9, 2025 at 2:37 PM
“형, 형! 잠깐만 들어봐요! 저! 만두 좋아해요”

“...얼마나? 뿅”

“엄청! 엄청요!”

“...그럼 무슨 만두 좋아하는데?”

사실 대화기술 그런 거 잘 몰라서 그냥 생각나는 대로 질렀는데 예상외였음. 명헌은 명백하게 관심을 보였음.

그러니까 역시 만두가 맞는 거 같아. 아니었으면 이명헌 성격상 어쩌라고 뿅 했을 텐데 실은 궁금했던 거지.
December 9, 2025 at 2:37 PM
그러는 사이 명헌은 “할 말 끝났으면 방에서 나가라, 뿅”하고 매섭게 말했음.

너무해! 물에서 건져 올렸을 때는 그렇게 따뜻했으면서!

하지만 당사자가 아니라고 하는데 연거푸 맞잖아요!라고 말하며 우길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다른 대책이 필요했음.

예를 들면 은근슬쩍 잘 구슬려서 상대방을 함정에 빠트리게 만드는 고도의 대화기술 같은 거.

그런 이유로 우성은 굳은 결심으로 주먹을 꽉 쥐고 힘껏 외쳤음.
December 9, 2025 at 2:37 PM
우성은 고개를 틀어 빤히 쳐다보는 명헌의 눈과 마주쳤음.

동요 없이 평온하고 덤덤한 명헌의 검은 눈동자에 순간 말문이 턱 막혔음.

하얗고 뽀얗고 보드랍고 귀엽긴 하지만 몰래 만져봤다고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게다가 증거는 당연히 없지, 심지어 왜 만두가 됐는지, 왜 인간으로 돌아왔는지 짐작도 안 갔음.
December 9, 2025 at 2:37 PM
“...에이 만두 맞으면서”

“눈뜨고 꿈꿨냐 뿅”

“시미치 떼지 마요. 그때 샤워실에서 똑똑히 봤다고요.”

“열사병 걸린 거 아니냐, 뿅”

“여름도 아닌데 어떻게 열사병이 걸려요. 그런 거 아니거든요?”

“그럼 말해봐, 정우성. 내가 만두라는 증거 있냐, 뿅”

“그, 그거야!”
December 9, 2025 at 2:37 PM
“아닌데.”

“만두 맞잖아요.”

“모에화는 기분 나쁘니까 사양한다, 뿅”

사실대로 말했는데 모에화라니? 진짜 눈으로 봤으니까 하는 말인데!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변하는 과정은 목격하지 못했기에 우성은 눈을 가늘게 뜨고 어림짐작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음.
December 9, 2025 at 2:37 PM
결국 참다 참다못해 터진 우성은 명헌의 방문을 똑똑 두드렸음.

안쪽에서 뿅 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간 우성은 전술노트를 정리하는 명헌의 눈치를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음.

“형 사실 만두죠?”
December 9, 2025 at 2:37 PM
“현철이랑 동오한테 듣긴 했지만 이거 생각보다 중증이네. 우성아, 소름 끼치는 얘기 그만하고 훈련이나 집중해라. 너 요즘 집중 못한다고 감독님이 하루 날 잡으려고 벼르고 있어.”

부주장인 성구의 말에는 신빙성이 있었음.

그치만 진짠데, 정말 만두 맞는데.

처음에는 이명헌 만두설을 아무도 몰랐으면 했지만 이제는 정말 아무도 몰라줘서 답답했음.
December 9, 2025 at 2:37 PM
“형! 성구 형! 명헌이 형 좀 만두 같지 않아요?”

“... 이명헌의 어디가?”

“그으... 볼이 딱 보면 만두 같잖아요. 뽀얗고 매끈해서 찌르면 말랑말랑하고, 완전 따뜻해 보이고. 아, 진짜 물구나무서서 봐도 딱 만두네. 그쵸! 사람이 귀엽게 어떻게 만두지?”

우성은 헤실헤실 웃으며 성구를 바라보았음. 그러나 성구는 웃음도 안 나온다는 듯한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음.
December 9, 2025 at 2:37 PM
그런데 그 눈빛이 놀리거나, 장난스러운 게 아니라 진심으로 걱정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이라 자칫 잘못하면 보건실에 끌러갈 거 같아진 우성은 “아, 아니에요. 저 하나도 안 아파요. 진짜 튼튼해요”라고 말하며 어설프게 웃었음.

그날 오후 우성은 지치지도 않고 성구에 가서 또 말을 꺼냈음. 성구는 잠시 벤치에 앉아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수분을 보충하고 있던 중이었음.
December 9, 2025 at 2:37 PM
“명헌이 형이 (만둔데) 어떻게 만두를 먹어요. 그거 한참 잘못 본 거 아니에요? 그러면 안 되는데, 막 그런 거 함부로 먹고 그러면 너무 잔인하잖아요. (동족인데)”

“...우성아, 요즘 훈련이 힘들어서 열나고 어지럽고 그래? 혼자 보건실 가는 게 힘들면 형이 같이 가줄까?”

동오는 걱정하는 눈빛으로 우성을 쳐다보았음.
December 9, 2025 at 2:37 PM
“형, 형, 형! 동오 형! 혹시 명헌이 형 만두 먹는 거 본 적 있어요?”

“만두? 그거 명헌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잖아. 오늘 점심에도 3개 한 입에 먹던데?”

놀라 입이 떡 벌어진 우성은 다급하게 말했음.
December 9, 2025 at 2:37 PM
‘형은 왜 갑자기 낙제한 이야기를 해요. 그렇게 안 보일지도 모르지만 저도 무지하게 신경 쓰고 있거든요?’라고 말을 하려던 우성은 다시 꾹 다물었음.

주변을 살펴봤는데 헤드락 당하면 아무도 구해줄 사람이 없었음.

불행히도 우성은 포기를 모르기에 점심시간에 동오한테 쪼르르 가서 물었음.
December 9, 2025 at 2:37 PM
“아니, 그게 아니라 걸어다니는 만두라든가, 드리블하는 만두라든가, 점프라는 만두 같은 아주아주 귀여운 거 본 적 있냐고요.”

그러는 사이에도 우성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음.

현철은 그것을 내다보지도 않은 채로 책을 넘기며 입을 열었음.

“얼마 전에는 이명헌이 살면서 외계인 본 적 있냐고 묻더니, 너희 둘 다 뭐 잘못 먹었냐. 그것보다 너 지난번 중간고사 낙제한 건 어떻게 할 거야. 그러다가 주전에서 제외당하고 울어도 난 모른다.”
December 9, 2025 at 2:37 PM
그날밤 자면서도 실실 웃음을 흘린 우성은 다음날 쉬는 시간을 틈타 현철의 반으로 다다다 뛰어갔음.

다행히 현철은 제일 뒷자리에 앉아있었음.

우성은 현철의 앞자리에 비어있었던 의자에 마주 보고 앉으며 냅다 소리쳤음.

“현철이 형! 혹시 농구하는 만두 본 적 있어요?”

“갑자기 뭔 헛 소리냐?”
December 9, 2025 at 2:37 PM
그럼 됐지, 농구만 잘하면 됐지, 만두인 게 뭐가 중요해. 농구하는 만두라니 귀여워서 나만 알았으면 좋겠는데.

이거 나만 아는 거겠지,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형 비밀을 나만 알았으면 좋겠다.

아, 되게 신경 쓰이는데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December 9, 2025 at 2:37 PM
만두가 사람이 될 리 없잖아? 너어어어어어어무 신경 쓰여!

사람이 만두가 된 건가? 뭐가 먼저지? 만두? 사람? 이명헌이 만두? 만두가 이명헌? 아 그러고 보니 뿅뿅거리는 것도 만두라서 그랬던 거구나. 일리 있네, 그런 거였네, 이제 알았네. 그것보다 만두가 어떻게 농구를 해? 드리블을 어떻게 하고, 슛은 어떻게 쏘는 건데? 그럼 나는 이제까지 만두랑 농구한 거야? 그게 뭐! 그게 뭐 어때서! 만두가 농구하고 싶다는 데 좀 할 수 있지. 그럴 수 있지! 심지어 사람보다 잘해! 전국에서 알아주는 포인트가드 만두는 이명헌밖에 없을걸?
December 9, 2025 at 2:37 PM
기숙사로 돌아온 우성은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 천장을 올려다보면서 가만히 생각했음.

명헌이 형, 몰랐는데 사실은 만두였구나, 그랬구나, 만두였던 거구나 어쩐지 하얗더라. 말랑하고 따끈했지. 또 만져보고 싶다.

우성은 태연하게 수긍하면서 자려고 눈을 감았음.

그러다 0.94초 만에 햄스터처럼 번쩍 뜨면서 머릿속으로 외쳤음.
December 9, 2025 at 2:37 PM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만큼 놀랐지만 우성은 침착하게 명헌에게 괜찮냐고 물었음.

그런데 그 순간 명헌이 물었음. 만두 봤냐고… 괜찮다고 넘어갔으면 아무 생각도 없었을 텐데 굳이 만두 봤냐고…?

그러니까 여기서 갑자기 만두라...

만두를 건져 올린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는건지. 만두가 사라진 자리에 형이 나타났다는 사실은 아는지 모르는지.

이러면 속아줄 수도 없잖아요.
December 9, 2025 at 2:37 PM
우성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열이 있나 싶어 명헌의 이마를 짚어봤음. 역시 따끈따끈 해… 따끈따끈.

그럼 입술도… 하는 순간 느닷없이 명헌이 눈꺼풀을 들어 올렸음.
December 9, 2025 at 2:37 PM
손가락을 뻗어 그걸 만져보고 싶었으나 선뜻 그러지는 못한 우성은 발게진 명헌의 볼을 그냥 쿡 찔러봤음.

와 엄청 말랑말랑해. 보드라운데 탱글탱글하고 뽀얗고…

근데 불현듯 아까 건져 올렸던 물만두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만두가 있던 자리에 형이 누워있는 이유는 뭐고. 그보다 형은 괜찮은 걸까? 설마 기절한 건 아니겠지. 숨은 제대로 쉬고 있는 거 같은데.
December 9, 2025 at 2:37 PM
그러면서 쭈뼛거리며 평상에 앉은 우성은 명헌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았음. 생각보다 속눈썹이 길어.

눈꺼풀 아래로 드리운 까만 속눈썹이 촉촉하게 젖어있었음.

코도 오똑하고, 도톰한 입술은 엄청 부드러울 거 같아. 우성은 새벽 2시에 어항 앞에 앉은 고양이처럼 명헌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했음.
December 9, 2025 at 2:37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