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영면에 빠져들어 눈조차 뜰 수 없는 칠흑 속에 잠기는 것이 차라리 좋았으련만. 아스라이 사라져가던 빛무리를 잡아채 다시금 숨을 쉬게 함은 내 행적에 대한 분노와 원망 탓인가.

웃기는군.

바로 찾아오는 네 녀석들도 웃기는 노릇이로군. 거슬리는 협력자들 같으니.

혼까지 집어삼킨 자가 최후에 다다를 곳은 그저 끝없는 공허일 뿐. 어쩌면 공허 속에서도 머무르지 못할지도 모를 일이지. 그저, 허공에서 찢어발겨진 끝에 흔적도 남지 않고 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남자가 애정해 마지 않았던 그곳마저 무너트리려 애써도 '머리' 하나의 부재는 끝까지 내 자신을 갉아먹었으니.

내 것이 아니었던 문물을 이 두 손에 취하고, 그것을 휘둘러 수많은 초석들을 베어내 그 재를 이 손에 묻히고. 갈기발기 찢기고 기워진 육신을 이끌고 그 앞에 섰다지만. 기억 속, 뛰어넘고자 동경하던 장벽은 이미 군데군데 무너져 있었다. 이런 것을 넘어선다고 한들 해소될리가.

전쟁으로써 안주하던 삶에 평화의 소중함을 아로새긴다. 툴라이욜라가 아닌 저 바다 건너의 대륙까지도. 알렉산드리아의 기술력을 더 이용했어야 했건만.

...집어삼킨 혼이 그리도 부족했나.

#파판14_봇블친소

나는 모른다.
내가 [ ]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
[ ]에게 내가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
그러니, 내 눈 앞에서 그것을 치워라.

⚔️ ...바라는 게 뭐지.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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