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구치 이치로 "또 애니 주제가 맡고 싶다. 근데 애니는 소니 소속 뮤지션이 강세다. 왜냐면 소니가 애니플렉스라는 애니 제작 회사를 갖고 있으니까. 애니플렉스 제작 애니는 소니 뮤지션이 맡는 게 이미 정해진 루트나 다름없음. 그래서 우리같은 약소 회사는 끼어들 여지가 없다."
"우리 빅터 엔터프라이즈도 프라잉독이란 애니 회사가 있다. 거기서 만드는 애니는 우리한테도 찬스가 있다. 글구 제작위원회에 음악 레이블이 참여하지 않은 애니면 찬스가 있다. 괴수를 듣고 같이 작업해보고 싶어진 만화가나 회사가 있다면 연락주세효."
EUC-KR 시절에는 정말로 그랬다. 《언플러그드 보이 2》(1997)를 보면 지율이가 현겸이가 쓴 ‘꽯’을 보고 “이런 글자가 어딨어?”하고 놀란다. 이론상으로 가능한 한글 음절은 11,172자지만, 평소에 익숙하게 쓰는 (특히 활자로 볼 수 있는) 글자가 아니면 존재조차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CP949와 유니코드가 보급되고, 아무리 희귀한 자모 조합이라도 컴퓨터로 입력할 수 있다는 인식이 충분히 퍼지고 나서야 한자어에 사이시옷을 넣을 수 있다는 발상이 나왔을 것이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인데… 최대값, 고유값 등 예전에는 사이시옷이 없었던 한자어+고유어 조합에도 사이시옷을 넣어서 최댓값, 고윳값 등으로 쓰게 한 2008년 한글 맞춤법 개정의 배경에는 한글 인코딩의 변화도 있는 것 같다.
한자어에 사이시옷을 넣으려면, 모음으로 끝나는 임의의 한자 독음에 /ㅅ/ 받침을 넣었을 때 컴퓨터에서 해당 문자를 쓸 수 있어야 한다. 한글 음절을 달랑 2,350개만 가지고 있던 EUC-KR 완성형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당장 EUC-KR에는 ‘귯’이 없는데 ‘정귯값’의 가능성을 무슨 수로 상상했겠는가?
유소년과 접점이 없는 분들은, 인스타 틱톡에 가득한 광고나 개소리를 초딩들이 얼마나 자주 퍼나르는지 모르실 테다. 중1-2학기 사회과목에 드디어 미디어 리터러시 소단원이 개설되었는데, 그 수혜를 못 받는 초6이 연휴 직전부터 '중국인 관광객이 삼천만명이 들어와서 레고처럼 한국인을 인수분해하여 상반신은 꺼내가고 하반신은 버리고.. 막으려면 오늘밤 안으로 국회 청원 서명 몇만건을 해야 하고.. ' 하는 개소리를 얼마나 열심히 떠들고 다니는지 모르실 게다. ㅎㅎ '누가 그런 소리 하냐'고 물어보면 '같은 태권도 다니는 언니가 틱톡에서'.
뭔 말만 하면 아동권리침해 검열주의자 꼰대어른 어쩌고 하는 사람들도, 본인 자녀가 부모랑 싸우고 평소 DM으로 구슬리던 타지역 소아성애자에게 가서 신혼 브이로그 찍어 올리면서 등교와 귀가를 거부하거나, 무리를 지어 타지역 학교에 버스타고 찾아가 패싸움하면서 그걸 브이로그로 올려대는 사례를 당하면 찬성하실 것이다. 적어도 15세 미만은 인스타를 못하게 하거나 DM만이라도 못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