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환
추석인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왔다. 저녁 무렵 구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달에게 소원을 빌었다. 사람들의 먹고 사는 일이 조금 더 수월해지기를. 버티지 않아도 그냥저냥 살아지는 삶이 모두에게 깃들기를. 내일이 무서워 잠 못 드는 밤이 없기를. 곧 다가올 황량한 계절에 마음을 다치는 일이 없기를.
October 6, 2025 at 11:20 AM
마음에 여유가 넉넉하게 남은 날에는 매일 다니는 귀가길을 지날 때에도 노을에 비친 이 길의 가로수가 이렇게 예뻤던가? 싶어 문득 놀라 멈춰 서서 잠시 바라볼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세상에는 항상 아름다움이 존재하지만 다만 내가 매번 그것을 알아볼 수 있는 상태가 아닐 뿐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August 14, 2025 at 6:43 AM
어련히 튼튼하게 잘 만들어졌겠지만 폭풍우가 쏟아지는 날에는 창 밖에서 모진 비바람을 그대로 다 맞고 있는 에어컨 실외기가 항상 걱정스럽다.
August 13, 2025 at 9:53 AM
나는 AI챗봇에게 질문할 때도 존댓말로 최대한 예의 바르게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한다. 이렇게 노력하는 첫 번째 이유는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고 예의를 지키지 않는 언어 습관이 혹시라도 몸에 밸까 봐 조심하기 위함이고, 두 번째 이유는 나중에 초지능 AI가 나와 세상과 인간을 혹독하게 지배하게 되었을 때 옛정을 생각해서 그래도 나는 조금 봐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비중을 따지자면 두 번째 이유가 9할 정도이다.
August 12, 2025 at 8:27 AM
매일매일을 악착 같이 버티지 않아도 그냥저냥 살아지는 삶이 우리 모두에게 깃들기를 바란다.
August 11, 2025 at 3:23 PM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가 갑자기 쏟아진 비로 공기가 선선해져 있길래 잠시 주변을 걷기로 했다. 가로등 아래에서만 비치는 은빛 빗줄기가 너무 예뻐서 걸음을 멈추고 서서 한참 바라보다 왔다. 아직 나에게 저 아름다움을 알아볼 수 있는 마음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다행한 일이라 생각했다.
August 3, 2025 at 3:22 PM
무더운 여름날 새콤달콤 시원한 김치말이 국수. 부족한 나와 결혼해준 사람에게 원할 때마다 제공되는 결혼 특전 요리이다.
July 25, 2025 at 6:32 AM
삶을 완전히 망쳐버린 것 같다는 생각에 숨통이 막혀 주저앉아 있을 때 ‘행복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식의 해답을 제시하는 가르침에 위로 받았던 적이 없다. 위로가 되었던 말은 항상 “아 그래요? 언제 그랬어요? 저는 어제 조졌는데.” 같은 말들이었다.
July 24, 2025 at 1:26 PM
빡빡한 하루 일정을 모두 소화해내고 나면 오늘 하루를 알차게 썼다는 생각에 뿌듯하고 기쁘고 만족스럽다. 하지만 내가 진정 바라는 삶은 늦잠 자고 일어나서 산책 좀 하다 카페 들어가서 샌드위치로 아점 먹고 책 몇 장 넘겨 보다가 들어와서 영화 한편 보고 났더니 어 벌써 저녁이네? 하는 밀도 낮은 삶이다.
July 24, 2025 at 10:54 AM
사람을 좋아해 보는 일
July 22, 2025 at 6:29 AM
원래 좋아하던 것들을 더 이상 예전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강하게 좋아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세파에 시달리며 나이를 먹는 과정에 수반되는 현상 중 하나이다. 음악, 게임, 만화, 책, 영화, 여행, 일 등 다양한 항목들이 해당할 수 있겠지만 그 중 가장 아픈 부분을 고르라면 역시 사람을 들 수 있겠다.
July 22, 2025 at 6:27 AM
분노나 증오가 삶의 진취적인 동력으로 작동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나는 살면서 그랬던 적이 한 번도 없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동안에는 항상 마음이 몹시도 괴롭고 힘들었다. 가급적이면 남은 여생 동안 아무도 미워하고 싶지 않다. 물론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July 19, 2025 at 3:33 PM
소니 워크맨 시리즈의 디자인을 아주 좋아한다. 첫 번째 모델인 TPS-L2부터 이미 시대를 뛰어넘는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youtu.be/dZjQSxXf9Q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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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19, 2025 at 2:52 PM
오래간만에 반가운 사람을 만나 용건도 목적도 없이 그냥 그동안 살아온 얘기들을 쉴 새 없이 주고받다 보면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고 있었던 감각기관이 다시 열리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런 날은 혼자 돌아오는 길 버스 안에서 아직도 나에게 사람을 좋아할 수 있는 힘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크게 안도한다. 사람은 너무 무섭지만 사람을 좋아하는 일은 그만둘 수 없다. 역시 그만둘 수가 없다.
July 17, 2025 at 1:07 PM
게임 시나리오 라이터라는 직업
July 16, 2025 at 8:55 AM
서비스 하던 게임이 망해서 신규 프로젝트로 옮겨갈 때마다 망한 게임에 등장했던 NPC 이름을 몇 종 씩 돌려쓴다. 내가 손 댄 NPC들은 그렇게 역할을 바꿔가며 영생을 산다.
July 16, 2025 at 8:54 AM
멸망이 예정된 세상에 남는다는 것 1/2
July 16, 2025 at 8:54 AM
창틀이 투투투투 떨릴 정도로 강한 비가 쏟아질 때 커피를 들고 내 방 창문 가에 앉아서 ‘이 거친 비를 피할 수 있는 내 공간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하는 안도감을 느끼며 한참 동안 세찬 비 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July 16, 2025 at 5:28 AM
미소녀 그리기 월드 챔피언십 세계 랭킹 1위 수상 작품 (심사위원 : 나)
July 9, 2025 at 11:19 AM
더 이상 안 쓰는 용병들 정리하고 있는데 정리 해고 대사들이 너무 미안하게 만든다.
July 2, 2025 at 2:53 AM
어른 되면 괜찮아져요?
July 2, 2025 at 2:48 AM
좁아 지는 우주
July 2, 2025 at 2:48 AM
삶의 목적지
July 2, 2025 at 2:47 AM
정치 성향이 완전히 정반대이지만 타인에게 항상 친절하고 상냥해서 여전히 좋아하며 가까이 지내는 지인이 있다. 반면에 아무리 정치 성향이나 지향하는 이상이 비슷하다 해도 "계산 도와드리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점원에게 "얼마나 도와 주실 건데요?"라고 말하며 짜증을 내고 면박을 주는 사람과는 친구가 될 수 없을 것 같다.
June 30, 2025 at 3:18 PM
세상 어떤 일이든 많이 하면 많이 할 수록 익숙해지기 마련인데 삶을 사는 것은 몇십 년을 해봐도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먹고 사는 일은 특히나 더 그렇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June 30, 2025 at 3:05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