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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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수
@megastro.bsky.social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닿아 어떤 의미와 살아갈 힘이 될 수 있기를
혼자 있다고 다 외로운 것은 아니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있다고 고독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혼자라는 것, 외롭다는 것, 고독과 외로움을 구분하기도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경계가 모호하다.

박준 시인은 외로움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거라면서, 다른 사람이 나를 알아주지 않을 때 드는 감정이 외로움이고, 내가 나를 알아주지 않을 때 고독해진다고 했다.

​그렇다면 나는 외로운가 아니면 고독한가.
아니면 둘 다인가. ​​
July 10, 2025 at 7:01 AM
어찌할 수 없는 외로움이든, 자발적인 고독이든 중요한 것은 혼자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무엇으로 채워갈 것인가'이다. 이는 결국 나를 채워간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나를 채우지 않은 상태에서 어설프게 세상에 나가면 더 힘들어진다. 지옥은 혼자 있을 때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엄습하기 때문이다. 장 폴 사르트르의 지적대로 타인이 지옥인 것이다. 위인들이 일정 기간 고독과 침잠의 시간을 보낸 것도 다 그런 이유이다.
July 9, 2025 at 8:57 AM
돈이 많다고, 남들보다 높은 지위에 있다고, 남다르게 건강하다고 인생의 짐이 가벼운 것도 아니다. 외관상 보이는 짐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는 비교적 엇비슷하다는 뜻이다.

돈이 없어도 가진 것을 족한 줄 알고 만족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재벌처럼 돈이 많아도 늘 근심 걱정에 사로잡혀 사는 사람들도 있다. 돈이 없으니 행동에 제약을 받겠지만 마음은 가벼울 것이다. 돈이 많지만 고민이 많으니 마음은 무거울 테고. 두 무게를 대충 비교하면 비슷해진다는 것, 그러니 나만 힘들다고 불평할 일이 아니다.
July 8, 2025 at 9:10 AM
지난 시절을 돌아보면 답답하지만, 이미 지나갔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붙잡으려고 하면 더 빠져나가는 것이 마치 손에 모래알을 움켜쥔 것과 같다. 아무리 꽉 쥐어도 빠져나가기 마련, 건드리지 말던지 이미 건드렸으면 그냥 흐름에 맡기던지.

​나는 그 흐름에서 늘 한 박자 늦었다. 상처와 절망은 깊어지고. 하지만 이 상황에서 '왜~~'라고 묻는 것은, 손에서 빠져나간 모래를 다시 움켜쥐려는 시도만큼이나 부질없는 짓이다.
June 8, 2025 at 8:36 AM
심리학자들은 말하길, 우리의 기억은 의식에서 좋은 것만을 선택적으로 끄집어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소위 기억의 취사선택!! 더 나아가 때로 나쁜 기억을 좋은 추억으로 포장하기도 한다고.

나이 든 사람들 중에는 소위 '나 때는~'이라고 운을 떼면서 과거가 지금보다 나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늘 과거는 실제보다 좋게 회상되는 법이다. 만일 기억이 부리는 이 마법이 사실이라면, 지금 이 순간도 시간이 흘러 과거가 되었을 때 좋았던 추억이나 그리움의 대상이 될지 모른다.
March 27, 2025 at 12:51 AM
변함없는 사실은 세상 일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 그렇다면 오직 바꿀 수 있는 건 내 마음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류시화 시인의 이 말이 도움이 될지도. ​

"인도 여행 중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Are you happy?'라는 말이다. 그래서 인도를 여행할 때 가장 먼저 배워야 할 문장이 '아즈 함 바후트 쿠스헤'이다. '오늘 난 무척 행복하다'는 뜻인 이 문장은 어떤 힘을 갖고 있었다.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자꾸만 반복해서 말하니 정말로 행복해지는 것이다."
March 16, 2025 at 12:59 AM
살다보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가 훨씬 더 많다. 물론 그때는 힘들다. 하지만 원하는 대로 되었을 때보다 되지 않았을 때 삶이 깊어지고 정신적으로 풍요로워지는 것도 분명하다.

그 이유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니 스스로를 더 성찰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게 불평이 되었든, 불만이 되었든. 따라서 무엇을 얻고 안 얻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성찰을 통해 삶의 깊이와 넓이를 얻는 것, 그게 소중한 것이다.
March 15, 2025 at 12:58 AM
사랑하고 헤어지는 것이 흔한 일이라는 것과 그런 상실의 순간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감정적으로 힘들면 아무것도 할 의욕이 생기지 않지만 그때만큼 무언가를 해야 될 때도 없다.

막연하게 견디는 것보다 좋아하는 무언가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극복될 때가 오기 마련이다. 그렇게라도 아프고 힘든 순간을 견뎌야 한다.
March 13, 2025 at 5:35 AM
나이가 들면 얼굴에 살아온 이력이 그대로 묻어난다고 한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며, 마음에 무엇을 간직하고 사는지가 얼굴에 드러나는 것이다.

선한 마음을 갖고 세상을 아름답게 보거나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과 세속적인 이해관계에 얽매여 자신의 잇속만을 추구하느라 주어진 하루하루의 삶을 소진하는 사람의 내면이 같을 수 없다.
February 14, 2025 at 12:59 AM
100퍼센트 완벽한 게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조금 부족한 듯 살아간다면 예상치 못한 실수마저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래야 삶도 지금보다 훨씬 더 부드러워진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가짐이 오히려 삶을 더 충만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다.
February 9, 2025 at 3:42 AM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남의 시선에 신경 쓰기 전에 먼저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부터 자문해봐야 한다.

물론 질문해도 쉽게 답을 찾기는 어렵겠지만,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묻는 사람은 일단 삶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가 달라지는 것만은 분명하다.
February 2, 2025 at 3:38 AM
내가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을 이미 누군가 겪었다면? 그들도 보이지 않는 인생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했고,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배신을 당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삶이 적대적이라는 사실을 철저히 경험했다. 내가 편히 잘 동안, 그들은 그 고통으로 인해 불면의 밤을 지샜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금 힘들다고 너무 쓸쓸하게 생각하지 말 일이다. 다른 사람들이 이미 겪었던 일을 지금 겪는 거라고, 나한테도 충분히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차라리 지금 겪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면 덜 억울하고 견딜 힘이 생긴다.
January 30, 2025 at 8:19 AM
사랑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없다. 그 사람 자체가 좋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다. 그때는 그의 약점이나 단점도 사랑의 조건이 된다.

사랑하고 있는데 '왜 나를 사랑하는데? 내가 어디가 제일 좋은데?' 라고 이유를 물어보는 것은 입장에 따라 곤란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 알랭 드 보통도 말했다.

"상대방에게 무엇 때문에 나를 사랑하게 되었느냐고 묻지 않는 것은 예의에 속한다. 어떤 면 때문에 사랑받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사실' 때문에 사랑받는 것이다. 속성이나 특질을 넘어선 '존재론적 지위' 때문에 사랑을 받는 것이다."
January 12, 2025 at 4:41 AM
그때는 최고의 시간이었고, 최악의 시간이었다. 지혜의 시대였고,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시대였고, 불신의 시대였다. 빛의 계절이었고,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었고,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 앞에 모든 것이 있었고, 우리 앞에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 모두 천국으로 가고 있었고, 우리 모두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찰스 디킨스 ㅡ 두 도시 이야기>

다사다난했던 2024년. 찰스 디킨스가 살았던 시대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2025년에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으면.
December 31, 2024 at 12:29 AM
“하지 않아도 될 말들을 부득불 해가면서 살아갈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아껴서 좋은 것은 돈만이 아니었다. 어쩌면 돈보다 더 아껴야 할 것은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말들이었다.”

양귀자 작가의 <모순> 1998년에 나온 책 속의 구절이 2024년을 관통한다. 여전히 그대로인 현실 속의 <모순>
December 29, 2024 at 6:57 AM
2024년도 이제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괜히 마음이 분주하고 답답해진다. 정작 뭘 할 수 있는 것도 없으면서 말이다.

임철우 작가의 <사평역>에 나오는 '손바닥 안에 움켜쥔 모래알이 빠져나가듯 하릴없이 축소되어가고 있는 자기 몫의 삶의 부피를 안타깝게 저울질해 보는' 바로 그런 느낌이다.
December 3, 2024 at 10:25 AM
걷다보면 신호에 걸릴 때가 있다.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면서 든 생각이다. 피할 수 없는 장애물이 내 인생에도 있었다고. 항상 직진만 할 수 없다고. 고난과 어려움이라는 인생의 빨간 신호등이 켜질 때는 기다려야 한다고. 기다리다 보면 초록불로 바뀌는 순간이 올 거라고.
December 3, 2024 at 10:07 AM
흔히 부부가 오래 살면 서로 닮는다고 한다. 그 말인즉, 같이 살면서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화제를 공유하다 보면 서로에게 익숙해지면서 서로를 닮아간다는 뜻일 게다.

하물며 일부러 누군가가 되고 싶다면 당연히 그의 언행, 생각 등 그와 관련된 것들을 따라 하게 되는 건 당연한 일, 그게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다.
September 20, 2024 at 7:49 AM
글을 쓰는 것이 즐거울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뭘 써야 할지 막막하기도 하고, 뭔가를 썼는데 문장이 썩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적당한 선에서 포기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뭔가를 쓰는 이유는, 쓰고 나면 생각이 정리되면서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보잘것없는 글이라고 해도, 뭔가를 해냈구나 하는 성취감도 작지 않다.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뭔가를 건져올린 느낌이랄까.​

행복이라는 단어를 썩 좋아하지 않지만 행복한 순간이 있다면 이런 소소한 성취가 쌓여서 이루어지는 형상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September 7, 2024 at 7:40 AM
우린 말에 영향을 받는다. 정확히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말을 지배하는 감정에 영향을 더 받는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말도 감정을 실어 말하면 좋게 들리지 않는다. 조언을 해준답시고 섣불리 충고했다가 오히려 반발만 사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말하기 전에 내 감정부터 추스릴 일이다.
September 2, 2024 at 1:19 PM
9월 첫날, 달이 바뀌었다고 달라질까. 그런 생각으로 살아왔다. 어느덧 시간은 나를 넘어섰지만, 나는 여전히 시간 안에 매여 있다. 어떤 때는 시간에 쫓겨서, 어떤 때는 시간을 감당하지 못해서. 이렇게 허둥지둥하다가 어느 순간 인생의 9월이 올 것만 같다. 첫날부터 너무 심각한 걸까??
September 1, 2024 at 12:44 PM
추억은, 떠올랐다가 지는 해를 닮았다. 그곳에 지금도 잘 있느냐고 차마 묻지도 못한 채, 서둘러 지는 해처럼, 그 시절과 함께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 추억은 추억일 뿐이라고 애써 자위해 보지만 어설픈 위로만큼이나 덧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오늘은 9월의 첫날이다.
September 1, 2024 at 2:24 AM
누군가의 아픔과 슬픔을 내 아픔처럼 여기는 것, 진정한 공감이란 그런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세월이라는 험난한 강을 건너야 한다.

물에 빠져도 보고, 목적지를 놓쳐 정처 없이 흘러가 보기도 하고, 물속에 박혀 눈에 띄지 않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보기도 하는 것, 그게 인생이다.

그 인생을 살아가며 맞닥뜨리고 감당할 수밖에 없었던 아픈 경험이 사람을 겸손하고 현명하게 만든다.
August 29, 2024 at 1:36 PM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조언한 적이 있다. 과연 시간이 해결해줄까? 우리의 의지와 노력이 중요한 게 아니냐고. 맞는 말이다.

다만, 인간의 의지와 노력 또한 시간의 한계 속에 있으니, 그런 의미에서 시간 문제라는 걸 말하고 싶었던 거다. 우리 자신의 한계를 인정할 때, 시간은 우리를 돕기도 한다.
August 27, 2024 at 5:47 AM
이문재 시인은 <농담>에서 말했다.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라고.

잠재의식 속에 숨어있다가 불현듯 떠오르는 사람.
다시 만나지 못한다고 해도
그를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삭막한 삶을 살면서 큰 위안이 된다.
August 25, 2024 at 10:49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