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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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taimee.bsky.social
유해인
@jetaimee.bsky.social
독서,작문가,애청가
6.인위적이고 아찔한 모습. 그리고 그녀는 집을 나선다.한밤중 나온 거리는 달빛이 아득하여 밝고 푸르렀다. 무작정 걷는다, 걷다가 뛴다, 뛰다가 춤을 춘다. 아무도 없는 이 거리에서 형식도, 표현도 없는 무형의 무도를 펼친다. 무작정 거리를 방랑하며 소리없는 음악에 리듬을 맞춰 달빛을 온몸으로 만끽한다. 이 춤은 달빛과 나누는 몸의 교감. 아 이제 알겠다. 그가 빨간구두의 그녀를 취하는 이유를, 서재에서 비명을 지르게 만드는 이유를. 그가 그녀를 취하듯 나는 달빛에 취한다.
October 19, 2024 at 11:42 AM
5.뒤틀려져 버린 눈,코 그리고 입을 갖고있는 여인이 나를 바라본다. 그 여인의 머리를 잡고 나는 싹뚝 잘라버린다. 그녀의 마음의 구멍을 채워주기 위해 자른다. 그렇게 한가닥 한가닥 자르다 나는 문득 알아버렸다. 머리카락 따위로는 그녀의 구멍을 채울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버리고 말았다. 나는 부끄러워져 얼굴을 빨간 유화 물감으로 칠해버린다. 나는 외쳤다. “아침에 그리고 싶었던 새, 새를 찾아서 그려야 한다. 그리고 또 그려서 나의 새로 만들어야 한다.” 나는 그녀에게 옷을 입히고 꽃단장을 하며, 어느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장시킨다.
October 19, 2024 at 6:42 AM
4.공기의 무언가 꽉찬 느낌과 강열한 햇빛은 내 눈을 검게 물들어 버린다. 그 강열함에 나는 문득 악의 동물이 떠올라 집으로, 내 방으로 다시 숨는다. 숨어 벌벌 떨다 그렇게 나는 골아 떨어진다. 그러자 해는 다시 기울고 달님이 찾아와 내 창문을 두들겨 나를 깨운다. 나를 깨우고는 내게 입술을 맞추고 멀고 먼 수평선으로 돌아간다. 유독 이 밤은 조금 이른 감이 있어서 그이의 서가에서는 여전히 비명과 소음이 새어나온다. 나는 그 소리를 듣다 문득 내 방 서랍장속에 숨겨둔 거울과 가위를 꺼내 나 자신과 눈을 마춘다.
October 19, 2024 at 6:34 AM
3. 그이가 모시고온 손님, 내가 자고 있을때면 그이의 서가에선 옅은 소음과 비명이 들려오곤 한다. 소음의 주인공인 그녀. 나는 그렇게 또 다시 나의 방속으로 들어간다. 누군가 집을 나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나서야 그이는 내 방으로 찾아와 나를 끌어안고는 사랑한다는 달콤한 거짓말과 종이를 남긴후 집밖으로 향한다. 나는 그림을 그리다 다시 잠에 들고 그렇게 매일을 반복하며 보낸다. 문득 새를 그리고 싶어 3년만에 집밖으로 향한다. 발바닥엔 아스팔트의 굳은 살이 느껴지며, 한 여름의 열기가 맨살로 전해져 온다.
October 19, 2024 at 6:28 AM
2.옷을 벗고 달빛이 비춰지는 복도를 뛰어다니며, 옷을 한장 한장 벗어간다. 점점 벗겨져 가는 옷과 살결에 닿는 공기는 나의 생존을 증명하며, 숨쉬게 한다. 나는 육성으로 소리쳤다 “밤이 영원하길”.
아무도 없는 공간과 아무도 없는 시간속 찬란했던 몸부림 끝에 신발장에 닿으면, 그분이 벗어놓은 밤색코트를 안고 향을 맡는다. 하얀 머스크의 향기는 코를 찌르고, 그 향의 여운은 나를 맴돌아 아침이 되도록 잊혀지지 않는다. 문득 돌아 보니 그분의 신발 곁의 빨간색 구두 한켤래.
October 18, 2024 at 4:11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