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의 돌연한 죽음은 평범한 가정의 일상이 순식간에 파국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21년 5월 27일, 경기도 화성의 한 가정집에 울린 다급한 신고 전화는 갓 멈춘 숨결과 아직 식지 않은 온기에 머문다. KBS2 ‘스모킹건’이 조명한 화성 니코틴 사건은 일견 평온했던 부부의 공간이 피할 수 없는 의문과 맞닿으면서 드리운 그림자를 좇는다. 사랑하는 가족의 곁에서 일어난 죽음에 자연스러운 설명이 가려질 때, 진실은 언제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 얼굴을 드러낸다. 냉정했던 부검의 결과는 급성 니코틴 중독이라는 뜻밖의 단어로 남편의 죽음을 해석했고, 가족의 일상은 단번에 강력 사건의 소용돌이로 넘어섰다. 집안에 남아있던 소소한 정경도, 애써 되짚는 기억조차도 누구에게나 용의점이 돼 발칸처럼 터져나온다. 평소 거의 담배를 피우지 않던 남자가 신발장에 엎드린 채 속옷 바람으로 발견된 현장, 외부 침입의 흔적이 없었던 방, 그리고 무엇보다 뿌연 심증과 부족한 증거의 간극이 사건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이지혜는 “여러 정황상 유력해 보이는 용의자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니 놀랍다”며,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된 가족의 충격을 짚었다. 안현모가 “심증은 강력한데, 결정적 증거가 없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며 사건의 초동 수사와 법적 한계에 안타까움을 드러낸 순간, 시청자들도 저마다 수수께끼 같은 질문을 안게 된다. “죽음의 액체를 좇다”…‘스모킹건’ 이정빈, 화성 니코틴 사건→법정 진실 공방 / KBS 이날 방송에는 직접 부검 재감정을 맡았던 이정빈 법의학자가 출연해 니코틴이라는 물질이 어떻게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지, 또 어떤 작은 단서들이 보통의 죽음을 미궁의 고리로 바꿨는지를 증언한다. 이어 송행수 변호사는 경찰과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점화된 허점, 그리고 초동 대응에 남은 치명적인 실책들을 하나씩 되짚는다. 사실과 진실 사이, 현실과 법정의 문턱을 오갔던 화성 니코틴 사건은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법이 놓치는 정의는 무엇인지를 다시 묻게 한다. 사건의 진상은 마지막까지 베일에 가려 있다. 그러나 누군가 남긴 상처와 점점 벌어지는 가족 사이의 틈, 그 이면을 조용히 비추는 방송은 이번에도 또 다른 질문을 남긴다. 부검실의 침묵과 법정의 언쟁 사이,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우리가 놓치는 공정과 책임의 무게. KBS2 ‘스모킹건’ 110회는 이정빈, 송행수의 시선으로 9월 9일 화요일 밤 9시 45분, 법과 과학이 엇갈린 인간의 운명을 다시 마주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