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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말 인용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아요. 마음 편히 하세요.
어,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현재 리디 메가마크다운 실시간 랭킹 만화 부문 8위가 『스피릿 서클』입니다! 지금 잠깐 일시적으로 높은 게 아니라 어제 봤을 때도 그랬어요. 분명 저 말고도 오랜 팬분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인 분들이 많이 계셨을 거예요.
December 31, 2025 at 12:48 PM
이어서 올해의 마지막 책으로는 역시 블루스카이에서 이어지는 실낱같은 인연의 끈을 되새기며 『스피릿 서클』을 보았지요. 늘리려면 얼마든지 더 늘릴 수도 있었을 텐데 군더더기 없이 밀도 높은 여섯 권으로 완결인 데다 현재 리디에서 50% 할인하는 덕분에 단돈 1만 2천 원이면 수 개의 시공을 넘나드는 작고도 거대한 윤회 로망을 만끽하실 수... 가만, 저 어제부터 자꾸 여러 세계가 겹쳐 상호작용하는 작품들만 감상하고 있지 않아요??? 이 운명과도 같은 우연의 사슬은 또 어디로 이어지는 것일까요!
December 31, 2025 at 12:02 PM
다행히 저녁 장사도 해서 제대로 작별할 수 있었지요.

옆 테이블 손님이 식사에 만족감을 표하며 "망하라는 데는 안 망하고...!"라는 발언을 하셔서 흠칫. 일단 꼭 "망해서" 폐업하는 건 아닐 수도 있는 거고... "망하라는 데"는 특정 업소를 염두에 두고 하신 말씀인지 궁금하더라고요.
December 31, 2025 at 9:32 AM
올해 마지막 영화는 광주극장에서 〈여행과 나날〉. 제목과 포스터만 보고 〈윤희에게〉처럼 여행하고 싶어지는 깨끗하고 고즈넉한 풍경을 구경하면서 약간의 쓸쓸함과 다정함에 젖어드는 그런 영화일까 추측했는데 저어언혀 아니었고 '뭐야, 이 컷은!?' '이런 걸 찍겠다고 구상했다고!??' '난 이제 여기서 추격전이 나와도 놀라지 않을 거야' 같은 생각이 연신 드는 대담한 영화였네요. 슬럼프에 빠진 작가가 나오고 여러 겹의 이야기가 서로 공명한다는 점에서 공교롭게도 어제 읽은 『셜록 홈스의 개선』이 떠오르기도 했고요. 하여간 좋은 마무리였어요.
December 31, 2025 at 6:36 AM
『셜록 홈스의 개선』. 셜록 홈스 이야기의 무대를 교토로 옮기고 원전의 각종 요소를 뻔뻔하게 뒤섞은 패스티시 개그물처럼 나가다 결국 본령은 안티 미스터리 판타지인가... 싶더니 불현듯 앰버!!! 를 외치며 기어를 바꿔 넣고 도약, 다시 그 뒤는 메... 아니, 이미 스포일러가 과한가요. 아무튼 후반부는 자칫하면 '뭐야, 결국 그 정도인가' 하고 시시해질 수도 있는 전개였는데 끝까지 여러 겹의 이야기가 명확한 위계 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반영하도록 한 덕분에 풍요로움을 잃지 않고 책 바깥으로까지 뻗어 나와 닿더라고요.
December 30, 2025 at 11:20 AM
99. 박명 (搏命, 1977)

고보수는 1950년대 말부터 홍콩 쇼브라더스 영화사에서 배우로 활동하다 1970년에 감독으로 데뷔, 이후 본인의 제작사를 차리고 1980년대에 은퇴할 때까지 꾸준히 무협 액션 영화를 만든, 당대에 극히 드물었던 여성 액션 감독입니다. 전 아직 감독 데뷔작 〈봉비비〉밖에 보지 못해서 더 보고 싶어요. 이 작품을 우선시하게 되는 건 아무래도 모영이 출연해서겠죠. 액션 장면이 하나뿐인 조연이라고 들었지만요.
December 30, 2025 at 1:32 AM
친구에게 메일을 쓰면서 올해 좋았던 영화 중 친구도 좋아할 것 같은 영화를 골라 정리하다가 '이런 조심스러운 우정, 과연 괜찮나?' 하며 문득 떠올린 박찬욱 인터뷰 한 대목.

"재밌는 게 뭐냐면 분명 서로 너무 달라서 '야, 너는 그게 그렇게 좋아?' 하고 핀잔을 줬다가도 헤어지고 집에 와서는, 그런 게 이웃의 정치학인지는 모르겠는데, 그가 말한 영화들을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런 공존 방식, 참 아름답고 부러워.
December 29, 2025 at 2:41 PM
요리 마치고 내일부터 집 지키실 분 앞으로 남기는 편지 썼다. 시계를 보니 아무래도 영화는 무리겠네. 그리하여 올해 집에서 본 마지막 영화는 4월 1일 장국영 기일에 처음 보고 약 아홉 달 만에 다시 본 〈열화청춘〉.
December 29, 2025 at 12:25 PM
98. 야간 열차 (Pociąg, 1959)

좋은 기차 영화를 찾다가 알게 된 폴란드 영화입니다. 집착 강한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한 여자와 누군가에게 쫓기는 듯한 남자가 발틱해 연안을 달리는 야간 열차에 올라 실수로 같은 침대칸을 사용하게 된 와중에 경찰이 살인 용의자를 찾는다는 히치콕 영화 같은 설정이지만, 서스펜스 스릴러가 아니라 술렁이는 기차 안의 인물 군상을 묘사하는 데에 집중한다고 해요.
December 29, 2025 at 1:08 AM
남자 주인공의 사고와 언어에 성적 흥분을 느끼는 여자 캐릭터가 나온다는 것도.
December 28, 2025 at 2:11 PM
그러고 보니 둘 다 남자 주인공의 스타일이 감독과 닮았다.
December 28, 2025 at 2:10 PM
2025년 마지막 일요일은 올해 특히 웃겼던 영화 두 편을 다시 보며 보냈다.
December 28, 2025 at 2:03 PM
#연말영화 #13

캐럴의 수난 (The Passions of Carol, 1975)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각색한 성실하고 창의적이고 유머 가득한 극장용 포르노입니다. 섹스 장면에 유명 크리스마스 음악들을 입힌 것만으로도 일단 먹고 들어가죠. 선곡도 참 잘했고요. 그러다 스크루지가 미래의 자신이 비참한 섹스를 하는 모습을 보는 장면에서는 음악을 빼고 사실적인 음향 효과가 두드러지게 하는 등, 아, 이건 확실히 연출을 할 줄 아는 사람의 작품이로구나 싶은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니에요.
December 27, 2025 at 1:45 PM
December 27, 2025 at 3:57 AM
96. 시코커스 7인의 재회 (Return of the Secaucus 7, 1980)

대학 시절 활동가였던 친구들이 재회합니다. 보통 이런 이야기는 세월의 흐름에 따른 환멸과 변절에 주목하기 마련이지만, 감독 존 세일즈는 몇 년 뒤 비슷한 소재를 다루어 훨씬 큰 인기를 얻었던 〈새로운 탄생〉과 자신의 감독 데뷔작을 비교하면서 〈시코커스 7인〉의 인물들은 뿔뿔이 흩어졌지만 여전히 희망을 품고 신념을 지키려 노력한다는 점이 다르다고 말합니다. 과연. 그럼에도 공동체 안에서 느껴지는 차이와 거리를 다루는 것이 훨씬 세일즈답겠지요.
December 27, 2025 at 1:26 AM
넷플릭스에서 배급하는 샤를리즈 테론 vs 태런 에저턴 인간 사냥 스릴러 제목이 〈Apex〉네. 근래 영어권에서 액션 스릴러 만드는 사람들 apex (predator)라는 단어 지나치게 좋아하는 것 같아.

생각해 보니 영화에만 국한된 경향이 아닐지도. 가령 곤충 전문 유튜버 영상 같은 걸 봐도 해설자가 "최상위 포식자"라는 단어를 입 밖에 낸다는 것 자체에 흥분하는 느낌이 들더라고.

너무 확대해석인가 싶은데 적어도 구글 엔그램 뷰어에 따르면...
December 26, 2025 at 3:55 AM
손종원 《하퍼스 바자 코리아》 인터뷰 영상 댓글 중.

"최애가 만들어주는 밥"
December 26, 2025 at 3:27 AM
95. 월요일의 유카 (月曜日のユカ, 1964)

하늘은 어찌하여 〈말라버린 꽃〉으로 카가 마리코에게 홀딱 반하게 해 놓고 〈월요일의 유카〉를 볼 기회는 마련해 주지 않는단 말인가! 네... 다 2005년과 2017년에 있었던 나카히라 코우 감독 회고전을 놓친 제 잘못이죠... 아니 근데 진짜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생겼담.
December 26, 2025 at 1:12 AM
티빙의 "크리스마스에 보고 싶은 영화" 탭에 〈메리 섹스마스〉라는 게 있어서 눈길이 갔죠.

일단 〈Merry Sexmas〉라는 영화는 없었어요. 감독 이름을 이용해서 원제를 찾고 보니 제목을 바꾼 게 이해는 되더군요. 〈크리스마스 파티〉는 너무 심심하잖아요.

그런데 제목은 그렇게 도발적으로 바꿔 놓고 썸네일 이미지는 또 비겁하게 수위를 낮춘 거였어요.
December 25, 2025 at 1:57 PM
〈선셋 대로〉는 미국 오리지널 포스터도 좋지만 폴란드 작가 발데마르 시비에르지가 디자인한 포스터가 정말... 감독인 빌리 와일더가 직접 찬사를 보냈던 인터뷰를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데 출처를 확인할 수 없어서 장담은 못 하겠군요. 와일더가 감탄했든 안 했든 훌륭한 포스터라는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지만요.
December 25, 2025 at 1:13 PM
넷플릭스에 〈12번째 보조사제〉가 있었군요? 장재현 감독의 25분짜리 단편 영화로, 이것을 장편으로 확장한 작품이 〈검은 사제들〉이지요.
December 25, 2025 at 12:49 PM
94. 지옥불 (Hellfire, 1949)

비뚤어진 인생을 살던 도박사가 자신을 노린 총알에 몸을 던져 대신 죽은 목사를 보고 감화하여 목사가 생전에 소망했던 교회를 짓기로 결심하고 건축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한 여자 무법자에게 걸린 현상금을 노리는데 그렇다고 여자를 힘으로 끌고 갈 생각은 없고 여자 또한 자신처럼 갱생하도록 설득하려 든다는 무시무시한 설정의 기독교 서부극입니다. 그딴 건 보고 싶지 않다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는 그 정도면 오히려 보고 싶어져요. 여자 총잡이가 나오는 40년대 B 서부극이라면 특히!
December 25, 2025 at 11:03 AM
...꽤 오랫동안 저는 그게 반즈 앤 노블, 스타벅스 등의 전국적 체인이 지역 상권을 잠식해 나가던 당대 현실의 반영이라고만 생각했죠.

그런데 몇 년 전 〈데스크 셋〉을 보고 〈유브 갓 메일〉의 또 다른, 숨은 원작을 발견한 기분이었어요. 작고 여성적이고 인간적인 오래된 체제와 크고 남성적이고 비인간적인 새로운 체제의 대립을 바탕으로 한 타협적인 로맨틱 코미디라는 점에서 둘이 너무나도 닮았으니까요.

그래서 이제 제 머릿속에는 〈모퉁이 가게〉-〈유브 갓 메일〉-〈데스크 셋〉이 또 다른 가족 관계를 형성하고 있답니다.
December 25, 2025 at 10:26 AM
...감독 노라 에프런의 대표작 〈유브 갓 메일〉이겠지요.

〈유브 갓 메일〉은 헝가리 극작가 미슬로시 라슬로가 1937년에 발표한 대표작 〈향수 가게〉를 할리우드 발성 코미디의 혁신가 에른스트 루비치가 영화로 만든 〈모퉁이 가게〉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옛 할리우드에서 나온 로맨틱 코미디 · 크리스마스 영화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대걸작이지요. 한국에도 이 〈모퉁이 가게〉의 DVD가 정식 출시된 적이 있는데, 〈오리지날 유브 갓 메일〉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와 웃어 버렸더랬습니다.

그런데...
December 25, 2025 at 9:59 AM
...에프런?

네, 피비 에프런과 헨리 에프런의 첫째 아이가 바로 노라 에프런입니다.

두 사람은 딸 넷을 두었는데 노라뿐만 아니라 딜리아, 할리, 에이미 모두 다 작가가 되었지요.

그중 할리, 에이미는 주로 소설을 썼지만 둘째 딜리아는 첫째 노라와 짝을 이루어 영화 각본도 여럿 집필했습니다. 부모인 피비와 헨리가 그랬던 것처럼요.

그리고 노라와 딜리아가 함께 각본을 쓴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아무래도...
December 25, 2025 at 9:47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