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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있었던 것, 지나간 자취는 아주 훗날에라도 그것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나타난다. 오정희, 새
이미 우주에서 사라진 별의 빛을 보며 살아가고 있어요.
내가 살아있는 한 그 빛이 사라지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후암동은 그런 동네야. 나에겐.
November 5, 2025 at 11:30 AM
우리 삼형제는 지금 어찌되었냐고? 그야 모두들 아주 잘살고 있지. 그 때의 고생경험은 우리 모두에게 많은 깨달음과 용기와 힘을 주었지. 중학생 때 방황하던 남동생은 이후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갔고 대기업에 입사했고 연애도 잘해 운좋게 치과의사랑 결혼해서 공부 잘하는 아들딸에 강남 아파트도 장만하고 아주 잘 살고 있어. 사실 워싱턴오락실은 우리 삼형제의 아주 소중한 잠깐 도피처였어. 나도 가끔 그곳에 앉아 보글보글 물방울을 아주 많이 터뜨렸었지. 눈물 나고 미소가 지어지는 추억이 서린 곳.
November 5, 2025 at 11:25 AM
우리 가족은 모두 각자의 일들을 열심히 하면서 똘똘 뭉쳐 살았다. 어느 누구하나 게을리 편히 지내는 사람없이. 가끔 모두들 너무 고생했다 셀프위로를 하고 싶을때면 우리 가족은 후암동의 유명한 고깃집 수정갈비집에서 외식을 하곤 했지. 수정갈비집에서 외식했던 날들은 우리가족에게 매우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어. 그 수정갈비집이 궁금해서 찾아가봤더니 글쎄 그 주인장 돈 많이 벌어 건물주가 되셨더라. 내 일도 아니지만 흐믓했어. 사진은 어제 찍은 수정갈비집 건물.
November 5, 2025 at 11:13 AM
당시 오빠는 우리나라 최고 명문대 S대 법대생이었어. 공부 잘했던 오빠도 예외는 아니어서 가게일이 바쁠때는 부모님께 호출받아 가게에 나가 일을 돕곤 했었지.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었어. 우리 형제는 바쁜 주말이면 돌아가며 몇시간 씩 가게일을 도왔어. 어느 주말 오후 내가 남동생에게 바톤터치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워싱턴오락실을 지나갈 때 였어. 마침 환기를 위해 문을 열어놓은 오락실에 오빠가 쭈구려 앉아 보글보글을 열심히 하고 있더라. 대학생이 그런 유치한 게임을 하다니 왠지 우습기도 하고 처량하기도 하고. 암튼 그랬다.
November 5, 2025 at 11:06 AM
전자오락실에서 붙잡힌 남동생은 부모님으로부터 대체 그 돈이 어디서 나서 게임을 한거냐 추궁 받았지. 혹시 가게에서 훔친 돈이냐고. 다행히 고생하는 부모님이 번 가게 돈은 손대지 않았다고 집에 있는 저금통에서 훔친 동전으로 게임을 했다며 용서해 달라며 울며 빌었어. 알고보니 석고로 만들어진 저금통 동전 넣는 입구 크기를 조금 크게 갈아내어 필요할 때 마다 조금씩 꺼내 썼던거야. 한꺼번에 가져가면 들키니까 조금씩. 치밀하게. 그때 나 마음이 아팠다. 사진은 우리가 살던 집 골목길.
November 5, 2025 at 10:57 AM
Reposted by unworried trust
아, 정말 싫다.
November 30, 2024 at 1:07 PM
읽으면서 많이 울었다. 그 외로움, 그 쓸쓸함. 죽은 언어로 만나 기척으로 상대를 느끼고 사랑하는 두 남녀의 그 외로움, 쓸쓸함.
November 26, 2024 at 12:18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