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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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망령
기념촬영만으로 웃음소리를 내던 시민과 촬영구도를 계산하는 각국의 언론인이 모든 풍경을 주시하고 있었고, 멀리서 헌법 1조 1항을 가사로 삼은 노래가 반복되는 동안 앞을 지나가야 간신히 들리도록 블루투스 마이크에 알 수 없는 말로 중얼거리는 예수쟁이가 있었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개인이지만 누구도 혼자가 아니었다.
국가에 신변을 의탁하고 자유라는 권리를 보장받기로 한 이상 그렇게 될 수도 없다.
국민이 맡긴 힘으로 되려 국민에게 위협을 가하는 자에게 격에 맞는 처벌을.
December 6, 2024 at 10:13 AM
엉성하게라도 고작 몇 시간만에 첫 작품을 쓴 것부터 뭐가 되긴 될 사람인 것 같은데요
October 27, 2024 at 9:34 AM
엄마가 남긴 일기장처럼 본인의 일부를 건네줄 시기가 찾아오기 전에 그럴 수 없게 된다는 걸 몰랐던 사람의 마음을 온전히 마주하게 될 때면 언제나 중간에 블록 하나가 없는 징검다리를 뛰어넘는 심정이 된다.

그 블록이 왜 뽑혀 있는지 죽어도 이해하지 못 하는데 다른 걸로 끼워 넣지도 못해.
대부분 주변 사람들은 당연히 빠진 블록 때문에 니가 물에 빠질 거다 미리 야유하지.
하지만 매번 아무렇지 않게 뛰어넘고 그 자릴 떠난다.
몇 백개 몇 천개의 블록을 이어 밟으면서도 여전히 가끔, 거기에는 어떤 블록이 있었을까 상상하면서.
October 22, 2024 at 3:43 PM
모든 물건을 들춰봐도 역시 편지는 없었다. 캡슐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아빠도 몰랐기 때문에 편지도 쓸 거라는 계획을 들었던 걸 기억해두셨을 뿐인 것 같다.
아마도 내게 건네줄 시간이 오면 그 때 편지를 쓰려 했던 게 아니었을까. 이래서 미루는 습관이 해악인가 보다. 맥빠져서 어처구니가 없었다.
October 22, 2024 at 3:42 PM
그러니 웃는 얼굴이 미묘하게 뭉개지고 손날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는 동작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을 스치고, 한 순간에 지나갔을 즐거움은 아직 진실된 마음이며 엄마가 정의한 두 사람의 관계를 보여주는 사진인 것이다.
그것이 피사체가 흔들리고 긴장한 듯 웃는 표정의 불분명한 이미지여도 말이다.
October 22, 2024 at 3:42 PM
우리가 이렇게 행복했으니 너는 태어나기 전부터 행복으로 만들어진 애다, 뭐 그런 말을 해주고 싶었던 걸까.
많고 많은 앨범중에서 딱 한 장 골랐을 사진은 서로의 얼굴에 손장난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고 움직임이 연상되는 흐릿한 흔들림이 담겨 있었다.

낡은 일기장 속 엄마는 사진동호회에서 처음 만난 사람을 오래도록 사랑했고 카메라가 포착한 것이 아무리 짧은 일순간이어도 언제까지나 진실될 것이라 믿는 사람이었다.
October 22, 2024 at 3:41 PM
그리고 부모님의 좋았던 시간이 담긴 캔 배지 여러 개와 지금의 나보다 어려 보이는 두 사람의 사진이 한 장 들어 있었다.

부모님께 불러 일으킬 감정이 남다를 간신히 목만 가누고 있는 영아 키링은 그렇다 쳐도. 사귀던 시절 데이트 할 때마다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으로 무슨 아이돌 굿즈처럼 만든 캔배지는 사실상 과시가 아닌지 웃음이 나왔다.
그냥 사진도 아니고 내가 부모님 굿즈를 어디에 쓰냔 말이야…
October 22, 2024 at 3:41 PM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과 다르게 각색한 영화는 현실과 상상을 구분할 수 없도록 하기 때문에, 관객으로선 마사가 그럴듯 하다고 여기거나 그러길 바랐던 본인이 떠난 이후의 세상을 현실이나 마찬가지로 여기게 되고 이것은 일종의 추모의 방식처럼 작용하게 된다.
October 20, 2024 at 10:11 PM
마사 또한 얼마든지 죽음 이후를 기대하거나 상상했을 것이다. 본인이 떠난 세상의 풍경은 어떨지, 누가 슬퍼하고 누가 아무렇지 않을지.
영화의 극 후반부는 마사의 상상을 현실처럼 빚어보인 것이라 생각한다. 타인과 마찬가지라던 인물을 등장시키고 그 역할을 맡은 배우가 의외의 인물인 것은 마사가 시간이 지나서 나이를 먹은 그 인물의 얼굴을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은 아닐까.
October 20, 2024 at 10:10 PM
스스로 결정한 선택을 끝까지 밀어붙였으니, 마사는 영화로 하여금 사람들에게 기억될 만 한 사람인 것이고 이런 점은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대표작 <페인 앤 글로리>의 연장선 같은 부분이다.
October 20, 2024 at 10:10 PM
친구가 마침내 떠난 줄 알고 슬퍼하는 잉그리드의 모습을 본 마사의 심정을 상상해봤다.
”죽지 않았다고 화를 내는 건 너무하지 않니?“라는 대사가 좀 웃겼지만 어쩌면 마사는 그런 잉그리드 덕에 하루 이틀 선택을 미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잉그리드에 의하여 더 이상 선택하길 미루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선택은 온전히 자신만의 것이어야 하는 대쪽같은 사람이었을 것이다. 미루거나 그러지 않거나 그 이유가 잉그리드여서는 안됐을 것이다.
October 20, 2024 at 10:07 PM
그러니 좀 더 쓰고 보고 읽고 김윤아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위로할 수 있으려면 있는 힘껏 오래 살아야 했다.

꽤 기특한 결론을 내며 앞으로의 인생을 수정했지만 안타깝게도 퇴원 후 몇 달 지나지 않아 비 본래적 존재로 돌아온 나는 아직도 2년 전에 세운 올해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냥 인생은 그런 것 같다. 선택하기로 마음먹은 것을 제대로 지키기도 힘든 것. 그럴 수 있는 사람만이 죽어서도 죽지 않도록 회자되는.
October 20, 2024 at 10:06 PM
병실에 틀어박힌 동안 본래적 존재가 되었던 것 같은 나는 그 때 겪은 모든 것을 적어놓고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오타가 쉴 세 없이 나서 좋아하지 않는 스마트폰 타자로 열심히 메모장에 적었다.

나의 본질은 언제라도 즐거움을 받아드릴 수 있는 평온에 있고 그러기 위해선 위기와 불안을 기록의 형태로 덜어내야 하는 사람이었다.
‘알 수 없는 것을 이제 곧 알게 된다’는 설렘은 내 삶의 동기나 마찬가지였다.
진정한 죽음이 닥친다면 두렵진 않겠지만 눈물이 나오는 이유는 이번에도 혼자 남겨질 아빠의 인생을 동정해서였다.
October 20, 2024 at 10:05 PM
반대로 말하면 나는 그 때 심장이 뛰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태였다.
한 손으로 읽기 좋은 <스텔라 오디세이 3부작>의 작가후기에 인용된 김윤아의 ‘going home’을 처음 듣고 숨죽여 울고 나서야 아무래도 좋을 기분이 되기 전까지는.

지금 들으니 잉그리드 시점의 노래 같이 들려서 흥미로워.
October 20, 2024 at 10:05 PM
그러나 즐겨듣던 노래임에도 이미 알고 있는 가사와 멜로디라서 그 때의 나로서는 즐거움을 받기 힘들었다.
뭔가 통제할 수 없는 새로움을 원했다. 눈 앞에 놓인 내 것이 아닌 낯섦은 남의 입에 들어갔다가 나온 칫솔이나 빌려입은 속옷 같은 것이었고, 앞서 말했듯 알 수 없는 것을 이제 곧 알게 될 거란 마음으로 심장이 뛰는 사람이라서.
October 20, 2024 at 10:04 PM
내가 관심가져도 별 소용없는 사건이 넘쳐나는 곳을 벗어나려 계속 걸어도 같은 곳을 빙빙 돌기만 하게되는 병동 산책을 멈추고 침대에 올라 곧장 에어팟을 귀에 꽂아넣어 좋아했던 노래를 재생했다.

마치 유령이라도 된 듯 속마음을 나누거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벗어날 수 없는 공간 속에 통증을 감내하며 배회하는 것만이 내게 고정된 삶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퇴원할 것이고 결국 벗어날 일상이란 걸 알아도 괴로웠다. 실제로 복수의 양이 줄지 않아 퇴원이 하루하루 미뤄지다가 2주 째 되기도 했고.
October 20, 2024 at 10:04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