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한 조명 아래, 이세돌의 시선은 묵직함을 머금고 있었다. 바둑판 위에서 수천 번의 묘수를 두던 그가 이제는 전혀 다른 규칙이 지배하는 공간에 서 있었다. 손끝을 지나며 흐르는 긴장, 이전과는 결이 다른 승부의 냄새가 공기를 가득 채웠다. 익숙한 승리의 방식이 통하지 않는 무대, 그는 느릿하게 웃으며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드러냈다. 예측할 수 없는 게임의 룰 속에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그 순간, 두뇌와 본능이 부딪히는 울림이 조용히 번져갔다. 이세돌은 29일 넷플릭스 ‘데블스 플랜: 데스룸’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바둑보다 훨씬 더 어려웠다. 좋은 경험이 됐다”며 도전의 소회를 전했다. 글로벌 바둑계의 전설로 2016년 인공지능 알파고를 상대로 유의미한 승리를 기록한 이세돌은 “바둑 외적으로 승부욕을 느낀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재미있어졌고 즐기게 됐다”고 털어놨다. “바둑보다 쉽지 않았다”…이세돌, ‘데블스 플랜2’ 승부사 본색→치열한 두뇌전 성형외과 의사 김하린 역시 현장에서 이세돌과의 경합에 대한 부담과 경외심을 숨기지 않았다. “이세돌 씨는 위인 아니냐. 1대1 매치나 결승에서 상대하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실제로도 늑대 같은 승부사의 모습을 보여줘서 같은 팀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데블스 플랜2’는 다양한 직업군의 14명이 참가해 1주일간 함께 생활하며 최고의 브레인을 가리는 서바이벌 게임으로, 전작 대비 2명이 추가됐다. 이번 시즌에는 배우 저스틴 H. 민, ‘슈퍼주니어’ 규현, JTBC 아나운서 강지영, 카이스트 출신 배우 윤소희, 프로포커 플레이어이자 음악프로듀서 세븐하이, 미스코리아 진 출신 대학생 이승현, 서울대 출신 인플루언서 정현규 등 각계 각층 두뇌파 인물들이 포진했다. 여기에 카이스트 재학 모델 최현준, ‘이달의 소녀’ 출신 츄, 2021 국제 물리 올림피아드 금메달리스트 박상연, M&A 전문 변호사 손은유, 보드게임 마스터 티노까지 독특한 조합의 플레잉 멤버가 집결해 기대감을 높인다. 강지영 아나운서는 “시즌1에서 암기 위주 게임이 많았던 만큼, 이번에는 저만의 장점을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정종연 PD가 연출한다고 해서 ‘죽더라도 장렬히 전사하겠다,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는 각오로 임했다.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고 소감을 더했다. 규현은 “최근 넷플릭스 예능 패널로 활동하며 누군가를 서포트할 기회가 많았는데, 오랜만에 플레이어로 무대에 선다는 자체가 고민이 많았다”며 “내가 만든 가면을 벗고, 분노와 사명감 등 숨겨온 면모를 드러냈다. 팬들이 돌아설 수 있을까 봐 걱정도 있다”고 털어놨다. 정종연 PD는 시즌2의 가장 큰 변화로 거주 공간이 생활동과 감옥동으로 이원화된 점을 꼽았다. 특히 감옥동에 갇힌 플레이어들이 벌이는 ‘데스룸’ 매치는 한층 팽팽한 서바이벌의 분위기를 예고한다. 또한, “리얼리티 쇼에서 다양한 캐릭터가 중요하다 생각해 더 많은 출연자를 기용했고, 새롭고 기대되는 인물을 섭외하려 힘썼다”며 시즌2에 새로운 전략과 긴장감을 더했다고 밝혔다. 무대를 가득 채운 이색 인물들, 그리고 기존 박진감에 복합적인 두뇌전까지. ‘데블스 플랜’ 시즌1은 국내 넷플릭스 1위, 23개국 톱10 돌파의 기록을 쌓았다. 시즌2는 감옥동과 데스룸 도입, 플레이어 14인의 치열한 전략전으로 한층 더 판을 넓힌다. 총 12부작 구성 중 1~4회는 오는 6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한꺼번에 공개될 예정이다. 새로운 승부사들의 불꽃 튀는 심리전과 예상치 못한 반전, 그리고 익숙한 듯 낯선 긴장감이 그 어디보다 뜨거운 데스룸에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지, 다음 시즌의 첫 장을 여는 이세돌과 동료 플레이어들의 이야기는 더욱 강렬한 몰입을 예고한다.

차분한 표정 너머로 전해진 집중력, 그리고 흐트러짐 없는 스윙 끝에 우승을 결정짓는 버디가 터졌다. 라이언 폭스는 마침내 인내의 과실을 거머쥐었다. 연장 네 번째 홀에서 승부를 가른 그 샷은, 모두가 숨을 죽인 순간 탄생했다.   9일(한국시간) 미국 온타리오주 해밀턴 골프앤드컨트리클럽에서 열린 PGA투어 RBC 캐나다오픈에서 라이언 폭스는 연장 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폭스는 샘 번스와의 연장 4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시즌 두 번째 우승을 일궈냈다.   “연장전 승부사 본능”…라이언 폭스, 캐나다오픈 연장 대역전→한 달 새 2승 질주 / 연합뉴스 경기 초반, 폭스와 번스 모두 안정적인 플레이로 팽팽한 흐름을 이어갔다. 서로 견제하며 득점 기회를 노리는 전략이 반복된 가운데, 마지막 18번 홀까지 균형이 깨지지 않았다. 이어진 연장 세 번의 승부에서도 모두 파로 비겼고, 승자는 쉽게 가려지지 않았다.   결정적 장면은 연장 네 번째 홀에서 연출됐다. 폭스는 259야드를 남기고 3번 우드로果敢하게 그린을 공략, 볼을 홀 2미터 안에 붙였다. 번스 역시 투 온에 성공했으나, 긴 이글 퍼트와 짧은 버디 퍼트를 모두 놓쳤다. 이에 폭스가 침착하게 두 번 만에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우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 후 폭스는 "세 번째 연장까지는 베개 싸움이나 다름없었다"며 "네 번째 연장 3번 우드 샷은 내 생애 최고의 샷"이라고 밝혔다. 또 “아버지께서 항상 노력은 재능을 앞선다고 말씀하셨다. 그 믿음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면서 가족의 스포츠 DNA와 노력이 이번 우승의 원동력이었음을 강조했다.   이날 현장에는 폭스의 승리를 기뻐하는 팬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SNS에는 “진정한 멘탈 승부사”, “폭스의 우승은 감동 그 자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번 우승으로 폭스는 아직 확정 짓지 못했던 US오픈 출전권을 확보하는 데도 성공했다. 세계랭킹은 60위 진입이 확실시되고, 페덱스컵 랭킹도 25위로 대폭 상승했다. 올 5월 머틀비치 클래식 첫승에 이어 불과 한 달 만에 일군 시즌 2승으로 경쟁력을 입증한 만큼 남은 시즌 활약에도 기대가 모이고 있다.   다음 일정에서 폭스는 새롭게 확보한 US오픈 무대를 비롯한 메이저대회 도전을 앞두고 있다. 작년 PGA투어에서 겨우 생존에 성공했던 폭스는 올해 괄목할 만한 성장세로 투어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부드러운 미소 뒤에 숨은 승부욕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고온의 그린 위에서 무서운 집중력을 보여온 한진선이 다시 여름의 전설을 노린다. 강원도 원주에서 열린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 2라운드에서, 또 한 번 한진선의 결정력이 빛났다. 7일 강원도 원주시 성문안컨트리클럽(파72, 6천494야드)에서 열린 2024 KLPGA 투어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 2라운드에서 한진선이 놀라운 플레이를 펼쳤다. “버디 6개 폭발”…한진선, 셀트리온 2R 선두→여름 승부사 예고 / 연합뉴스 한진선은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쓸어 담으며 6언더파 66타를 기록했다. 이틀 합계 10언더파 134타를 적어낸 한진선은 방신실, 정지효와 함께 공동 선두에 올랐다. 경기 후 한진선은 “오늘 초반 티샷이 조금은 아쉬웠지만, 짧은 홀에서 버디를 많이 잡고, 퍼트 거리감도 좋아 만족스러운 라운드였다”고 자평했다. 이어 “매년 제 성적을 보면 시즌 초반보다 날씨가 더워질 때 좋은 성적이 나왔다. 점점 기온이 오르면서 제 플레이도 같이 올라올 것 같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한진선은 투어 통산 2승(모두 8월 기록)과 2번의 준우승 기록이 모두 여름 무렵 또는 무더운 대회에서 나왔다. 특히 2022, 2023년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을 2연패하며 ‘여름의 승부사’ 면모를 입증했다. 1라운드에서는 2번 홀(파4)에서 샷 이글을 잡는 등 클러치 능력도 계속되고 있다. 그는 “이번 주 날씨가 따뜻해져서 플레이하는 데 좋고, 산악형에 그린 굴곡이 있는 코스를 선호한다”며 이번 대회에서 상위권을 자신했다.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한진선은 “요즘 투어에 장타자와 실력 있는 선수가 많지만, 저만의 장점인 아이언샷과 웨지샷으로 핀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한진선은 8일 최종 라운드에서 개인 통산 3승 및 대회 첫 우승을 노린다. 이번 결과에 따라 시즌 순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